"필수의료 위기는 개원가 아닌 병원 위기"
박민수 차관 "인력·재원 등 대학병원 집중, 의협하고만 정책 논의 지양"
2023.11.29 18:01 댓글쓰기




29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된 'KHC 2023'에서 '한국 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에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맨 왼쪽)을 비롯한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필수의료 문제에 대한 정부의 말 한마디에 온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현 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짚었다.


박 차관은 필수의료 위기를 동네의원이 아닌 병원 등 의료기관이 처한 문제로 선을 그으며, 인력과 수가 등 재정지원도 대학병원에 집중할 것임을 명확히해 앞으로 의료계 내부적으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그는 또한 "의료정책 논의 대상이 대한의사협회로 국한된 의정협의체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여러 형태 병원과 각 층위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가 29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제14회 Korea Healthcare Congres(KHC 2023)’에서 ‘한국 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김재화 구미차병원장,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 신응진 순천향대부천병원장 등이 병원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력난을 호소한 가운데, 박 차관이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박 차관은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를 병원 위기로 규정짓고 있다. 개원가는 큰 문제가 없다. 한쪽은 혁신하고 산업이 발전하는데, 다른 한쪽은 인력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위기는 이 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의료사고 완화 부담 사안부터 빠르게 해결해 나갈 방침 피력


정부는 주체적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풀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한 예로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들었다.


박 차관은 “관련 법과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게 몇 개월 만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합의만 이뤄진다면 쉽게 할 수 있다. 의료인들은 사법 부담을 완화하고, 환자는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는 상충적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는 수가 체계 역시 정부가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았다.


박 차관은 “기존 수가체계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불균형이 계속 확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같은 진료 시간이라도 리스크, 숙련도, 진료 외 소요시간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의료체계는 건강보험을 다 적용하기 때문에 수가 체계를 바꾸면 필수의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선된 상대가치점수도 5년, 7년 단위가 아닌 매년 개편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박 차관은 “최근 수가체계를 개편했지만, 내년부터 수가체계의 근본을 재설계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한 번 조정된 수가 체계를 그대로 두지 않고 일단은 2년에 1번, 차후에는 매년 재설계하도록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정책 수가, 의료문제 해결할 너무나 큰 무기”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공공정책 수가 체계는 단기적으로 문제 해결이 시급한 분과와 의료취약지에 적용될 전망이다. 


박 차관은 공공정책 수가에 대해 “복지부에서 얼마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큰 무기다. 마치 백지수표와 같다”라고 비유하며 “공공정책 수가를 활용해 현재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어린이병원에 대한 사후보상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도입한 지역가산수가의 문제점을 인정하며 의료취약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윈한 ‘의료지도’ 제작에 돌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차관은 “지역가산수가 체계를 급하게 만들다보니 대도시, 시구군별로 적용하게 됐다. 똑같은 서울이라도 처한 상황이 굉장히 다를 수 있는 만큼, 의료 수요와 공급, 그리고 지역 주민의 연령, 소득과 같은 인구 구조 등을 세밀히 분석해 의료지도를 만들겠다. 향후 지역가산수가는 이 지도에 기반해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여러 수가체계 관련 정책에도 현장에서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박 차관은 “올해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당한 재원이 투입됐다. 대부분의 수가체계 변화가 적용되는 2024년 1월부터 보다 명확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증원된 의대생 개원가로 안 보내...의대 신설, 해결책으론 의문”


단기적인 대책 외 중장기 대책도 병원 중심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우선 인력을 최대한 대학병원 중심으로 배치한다.


박 차관은 “대학병원은 99%의 시간을 진료에 쏟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병원은 연구과 임상교육이 조화롭게 작동돼야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인력이 최소 2배 이상 늘려야 한다. 또 대학병원이 적자를 겪지 않도록 많은 재원을 투입하겠다”라고 말했다.


가장 뜨거운 화두인 의대 증원도 대학병원의 인력 투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진한다.


박 차관은 “증원되는 의대 졸업생들을 개원가로 보낼 생각없다. 위기를 겪는 병원에 인력을 더 많이 확충하는 구조로 짜보려 한다. 증원된 인력이 병원들의 좋은 일자리를 통해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증원 규모는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규모와 배분 방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 교육의 질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확실히 하면서도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박 차관은 “일각에서 공공의대 등 의대신설을 요구하지만 이는 의대 증원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증원 규모 발표에 맞춰 의사결정 구조 문제, 의료정책 패키지 문제, 중장기적 로드맵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과만 대화하는 구조 불만...여러 입장 듣는 구조로 개선”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의정협의체에 대한 불만도 거론됐다. 박 차관은 “의료정책에 대해 의협하고만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저 역시 불만이다. 전(前) 정부에서 의정합의를 해서 무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일단은 의정협의체를 통해 기본적인 토의는 하되, 전문병원, 중소병원 등 다양한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대학병원과 더불어 중소병원도 재구조화가 논의되고 있다. 박 차관은 “중소병원은 지금처럼 대학병원과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등증 이하의 환자들을 적절하게 돌보는 병원으로 재구조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유연하게 쓰면서 환자들을 공유하는 전달체계를 새로 만들겠다. 이것이 새로운 인력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의료체계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댓글 1
답변 글쓰기
0 / 2000
  • 개뿔 11.30 16:35
    전공의 펠로우 처럼 값산  의사를 원한다는 소리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값싼 인력 쓰고 그 인력이  몇년후면 어디로 가냐... 결국 개원가로 가겠지...  다 같이 망하자는 소리다.  증원 천명하면 출생율도 최하위인데 20년후면 의사 천지인 세상된다.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