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주는데 장기이식 대기자 '계속 증가'
조광욱 교수 "의사들 부담 덜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의료 질 평가 반영 검토"
2023.09.18 12:10 댓글쓰기



장기 기증자 수(파란선)가 2016년 이후 꾸준히 줄어 400명에도 못 미칠 위기에 처했다.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원 홈페이지 캡쳐 

의료수준이 높아지면서 반대급부로 장기이식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중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며 장기기증자는 줄고 이식 대기자는 계속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각국 이식대기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자 다방면의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조광욱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난 9월 15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9회 웰다잉 포럼’에서 “장기이식 활성화는 의사, 환자, 보건당국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몹시 어려운 문제”라며 “그중에서도 의사 마인드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장기이식은 매년 400여건 실시됐지만 이제 400건이 안되는 실정이다. 반대로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0년 1만8189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는 4만9765명까지 늘었다.


"미안함에 의사들이 보호자한테 환자 뇌사 상태 전달하기 꺼려하는 실정"


조광욱 교수는 “의사들은 자신이 보던 환자가 뇌사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내가 못했나’,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살릴 수 있는 걸 죽였나’란 생각해 보호자한테 환자 뇌사상태를 전달하기 꺼려한다”고 전했다.


조 교수가 지난 2021년 신경외과 전공의·전문의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보호자에 뇌사를 설명할 때 이처럼 치료에 실패했다는 생각과 환자와 가족에 미안함이 가장 큰 고충(38.3%)이라고 답했다.


조 교수는 “의사들 부담을 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동일한 외상을 보고도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 중환자실 전담의가 환자 주치의와 상의해 뇌사를 권고할 수 있는 역할을 보장해주면 뇌사 판정과 전달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옵트아웃(opt-out) 제도 역시 언급됐다.


한국, 미국, 브라질 등 장기기증 동의를 얻는 옵트인(opt-in) 제도와 달리 스페인, 영국, 아르헨티나 등은 장기기증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옵트아웃 제도는 장기기증을 활성화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결정권이 무시당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의사들의 뇌사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 질 평가’에 신고 수를 반영하는 방법, 뇌사자 가족 동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장기기증 서약서 작성 시 가족 동의를 미리 얻는 방법 등도 제안됐다.


신생아 장기도 성인 이식 가능이종장기이식 연구도 지속


미국과 유럽 역시 이식장기 수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신장이식 대기자 명단에는 10만여명의 환자가 올랐지만 장기 부족으로 5000여명이 사망했다. 


유럽 역시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 중 매년 평균 15~30%가 사망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 유럽장기이식학회(ESOT)에서는 신생아의 장기를 활용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다이 응이엠 미국 드렉셀대 외과 교수는 지난 17일 열린 ‘2023 유럽장기이식학회’에서 “지난 2020년 미국에서 사망한 생후 28일 내 신생아 2만1000명의 장기를 분석한 결과 1만2000명의 장기를 성인에도 이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신생아 콩판은 현재 이식기술로 안전하게 이식이 가능하며, 이식 후에도 25년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응이엠 교수는 “당연히 신생아의 장기 기증은 윤리적, 사회적 논란이 될 것”이라며 “장기이식을 선도하는 병원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신생아 장기 이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숨겨진 장기기증자들을 적극 독려해 궁극적으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브리엘 오니스쿠 유럽장기이식학회장도 “신생아도 잠재적인 장기기증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럽 국가에서 먼저 신생아 장기기증 절차를 포괄하는 소아 전용 기증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대 랭건이식연구소 의료진이 지난 13일 뇌사 환자에 이식한 돼지 신장을 사후 연구를 위해 다시 분리해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


이종간장기이식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미국 뉴욕대 랭건이식연구소는 "지난 14일 유전자 편집 과정을 거친 돼지 신장을 뇌사 환자에 이식, 역대 최장 기록인 61일간 생존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이전부터 앓던 암으로 사망했지만, 61일간 신장은 정상 기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변량이 감소하는 등 거부반응 징후가 보였지만 면역억제제 처방으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이밖에 지난해 3월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이 사람에 돼지 심장을 이식해 61일 최장 생존 기록을 세웠고, 이달 7일에는 중국과학원 광저우바이오의학보건연구원에서 인간과 돼지 세포를 융합한 수정란을 대리모 암컷 돼지에게 이식, ‘인간화된 신장’을 만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종장기이식은 수십년간 거부반응과 윤리적 문제로 더딘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이식 판도를 단번에 전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해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