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병·의원에 납품하고 100억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아킬레스건은 국내 기증자가 적어 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경우 등에 사용된다.
영업사원이 환자 신체에 맞게 다듬어주기도…의사·수입업체 등 85명 송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미승인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 대표 26명과 영업사원 6명, 의사 30명, 간호사 22명 등 총 85명을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인체조직법 위반(4명), 사기(17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27명), 의료법·의료기기법 위반(37명) 등을 적용해 지난 6월과 지난달 총 3차례에 걸쳐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수입·납품 업체들은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약처로부터 기존에 승인받은 완전한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처럼 속이고 반쪽 아킬레스건 6천770개를 수입해 병원 400여곳에 납품했다. 병원은 전국에 분포해 있으며 대형·중형병원들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환자 6천500여명의 수술에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가 유통한 것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반으로 자른 제품이었다. 정상 제품 수입가는 82만원, 반쪽짜리는 52만원이다.
납품업체가 온전한 제품을 납품해 병원에서 이를 수술에 사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48만원의 요양급여가 나오는데 이들은 더 저렴한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사용하고도 '제값'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았다. 공단에서 편취한 금액은 100억원 상당이다.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조직이식 결과기록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아킬레스건 납품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납품업체 영업사원에게 환자의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현금, 사무집기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고가의 수술도구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도 파악했다.
또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 아킬레스건을 환자 신체에 맞게 다듬거나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 수술실에서 수술 보조행위를 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한 것도 적발했다.
다만 경찰은 의사들이 고의로 반쪽 아킬레스건을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도 미승인 제품인 것을 알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의사들에 대해선 리베이트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방조, 환자 개인정보 제공 등 증거가 명확한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미승인 제품 유통 재발방지를 위해 식약처에 관리·감독상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 명단을 전달, 추후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으며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와 연관된 의사 등을 추가 확인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boi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