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 장기화…보복성 행정에 격해지는 의료계
각종 행정명령‧경찰 고발‧법령 개정‧감사 착수 등 기름 붓는 정부
2024.10.07 05:42 댓글쓰기



의정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강경 대응이 의료계 반감을 부추기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의과대학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정갈등 상황에서 정부는 각종 명령과 고발, 감사 등 행정력을 동원해 의료계 압박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의정 사태 초반부터 시작됐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전공의 집단사직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회장과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경찰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진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는 ‘집단행동’이라는 이유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상응하는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위반한 전공의 4944명에게는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까지 발송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221개 전체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 등을 잇따라 발동했다.


이에 전공의들은 더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공의 20여 명은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박단 위원장은 “부당하고 폭압적인 행정명령을 취소하려는 취지”라며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 금지 조항을 위배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힐난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후 진료현장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하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이미 정부 행태에 환멸을 느낀 전공의들은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묻지마 압박’은 전공의와 병원은 물론 의학교육 분야까지 전방위에 걸쳐 이뤄지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실제 의학교육 질을 평가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갑작스런 증원에 따른 의학교육의 질 관리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교육부는 의평원 이사회 구성을 문제 삼으며 압박을 시작했다.


특히 의평원이 증원 예정인 30개 의과대학에 대한 평가 강화를 천명하자 교육부는 불인증 대학에 보완 기회 부여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계는 “의평원 인증을 무력화 시키려는 폭거”라며 “정부 정책에 순응하지 않으면 인증기관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겁박”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의학교육 이해 당사자인 의대생들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3일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의료대란 사태 이후 의대교수들이 장외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전국 의과대학 중 최초로 의대생들 집단휴학을 일괄 승인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대해서도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육부는 최근 서울의대에 12명의 대규모 감사단을 파견해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다른 대학들의 휴학 승인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감사는 휴학 승인이 학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소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정부 방침에 반발한 집단휴학은 휴학 사유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서울대에 휴학 승인 취소를 요구하고, 서울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승인을 취소하거나 서울대에 학생 모집정지란 강수를 내릴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교수회는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는 휴학 승인 철회를 위해 ‘감사’라는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정부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전국 대학 교수회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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