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 공중파 방송에서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하는 의료용 기구를 의사들이 재사용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의료계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10일 '1회용 내시경 포셉 쓰고 또 쓰고…' 제목의 보도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약 2분 가량의 보도 중 ‘왜’라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성토했다.
현재 위 내시경 등 상부위장관 내시경의 조직생검비용(조직검사비용)은 8620원, 대장내시경의 조직생검비용은 1만2740원으로 책정돼 있다. 환자부담과 건강보험공단 부담을 합한 금액이다.
그러나 조직생검에 필요한 일회용 포셉의 가격은 중국산이 2만3000원에 이른다.
노 회장은 “일회용 포셉의 비용 하나만 해도 생검비용보다 높다”며 “일회용 포셉을 쓸 때마다 손해가 발생하는데 과연 병원에서 일회용 포셉을 사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노 회장은 “병원에서 일회용 포셉을 한 번 만 사용할 수 없는 이유”라면서 “행여 환자가 일회용 포셉 비용을 내가 따로 낼 테니 새 것을 써 달라해도 소용없는 것은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노 회장은 “정부의 강요에 의해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할 의료기를 재사용해야 하는 현실, 환자가 원하는 최선의 치료가 제도에 의해 금지된 의료현실이 싸구려 의료를 강요하는 지금 건강보험제도의 실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의사들은 이런 제도에 침묵하고 순응해왔지만 이는 잘못된 대응이었다”며 “이제 의사들은 이것을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와 국민은 물론 의대생들에게 정확한 현 주소를 짚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노 회장은 “보험수가가 낮을수록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환자들의 비보험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환자들의 혜택은 적어질 것”이라며 "이때문에 민감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에 따라 국민의 지출이 늘어나 결국 민간의료 보험사를 배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노 회장은 “보험수가를 현실화하려면 보험료가 늘어나야 하지만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공보험과 민간보험으로 이중 지출하던 비용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혜택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정부 투쟁은 정부를 향한 의사+국민의 투쟁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