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검 시 조직을 떼어내는 가위인 내시경 포셉(forceps)의 1회용 중국산 가격은 2만3000원. 반면 조직생검 비용은 8620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수가 때문이다.
상황이 이같자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1회용 포셉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기까지 1회용 내시경 포셉을 사용한 일체의 생검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최명규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역시 “의협이 1회용 기구를 재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현재의 저수가 구조로는 더 이상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특히 재사용 가능한 포셉을 사용할 경우 자연히 소독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에도 현재 내시경 수가에는 소독수가가 산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다.
최 이사장은 “비단 1회용 재사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수가로는 재사용 가능한 포셉을 구입 및 관리·유지에 드는 비용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역시 소독수가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수년간 협의를 했음에도 최종적인 수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자체 평가한 결과 적정 소독수가가 6000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소독을 하기엔 터무니없는 가격”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팀이 2012년 연구 발표한 재사용표셉 1회당 소독비용은 8021원이다.
최 이사장은 “포셉 소독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흔을 지우기 위한 단백질 제거제(Proteolytic enzyme), 1회용 장갑 등의 소모품, 인력비 등이 들어가는데 이를 계산해 보니 포셉을 1번 소독하는데 8021원이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연구에서 35만원 가격의 재사용 가능한 포셉을 구매해 이를 50회 사용했을 경우 1회당 포셉 가격은 1만4500원으로 산출됐다.
“정부, 철저한 소독 강조하면서 소독비용은 나몰라 해“
최 이사장은 “학회에서는 올바른 소독을 위해 이미 1995년에 ‘내시경기기 세척 및 소독 지침을 제정한 데 이어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 개정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며 “그러나 소독수가가 없다보니 자세하게 어떻게 소독을 하라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독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독은 의료기관이 자비를 들여야 하는 부담인데 이를 구체화할 경우 현실적으로 지침을 따를 수 있는 병·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또한 동네의원에서는 대학병원처럼 초음파세척기, 멀균시설 등을 갖추기 힘든 문제도 있다“며 ”미국처럼 국가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 소독 업체로부터 1회용 포셉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의료현실을 고려하면 이제는 국민과 정부가 적정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료인 의견에 동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최 이사장의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국내 내시경 수가는 미국은 물론 인도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의료보험이 시작할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제는 양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는 조기 암 검진 등 국민들에게 국가가 보장해주는 의료서비스를 홍보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철저한 소독을 거친 내시경 등을 통해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