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시경 일회용 포셉 정액수가 품목 개정으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원내 감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조치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내시경 검사 장비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거론돼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내시경 검사 시 재사용 여부에 대한 내원객들의 질문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에 급여화 항목으로 포함된 ‘포셉’은 내시경 검사할 때 종양으로 의심되는 부위를 제거할 때 사용되는 도구를 뜻한다.
신체 내부에 직접 삽입되고, 사용 후 소독을 해도 생체조직 찌꺼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고위험군 의료기기 재사용을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은 미비한 상태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내용이 거론되면서 한 때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공개한 ‘건강검진 기관 현장점검 결과 부적정 기관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시경 세척기가 구비되지 않거나, 관리 부실한 의료기관이 무려 79곳에 이르렀다.
의료계에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일회용 포셉 구입 비용이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적절하게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 해 1200만명 가까운 인원이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지만,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를 그동안 정부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대한의사협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위장내시경학회 등이 복지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친 끝에 이번 일회용 포셉 정액수가 품목이 신설되게 된 것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 관계자는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는 위암, 대장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필수적 검사”라며 “내시경을 통한 감염 전파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하 조치로 일회용 포셉 수가 신설은 매우 적절하다”고 전했다.
업계 “재사용과 더불어 중고 의료기기 실태 조사도 병행돼야”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와 더불어 중고 의료기기 유통 실태 조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다.
개원가에서 주로 활용되는 고가의 장비 중 상당수가 중고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고 의료기기 품질검사제도에 대한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식약처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올해 초 식약처는 중고 의료기기 품질검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내시경용광원장치’를 비롯한 102개 품목에 대한 시험항목 등을 적극 소개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고위험군 의료기기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업계 입장에서도 괜히 자사 제품으로 인해 불필요한 감염 및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올바른 제도 하에서 관리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과 중고 의료기기 유통 문제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이번 일회용 포셉 정액수가 품목 신설이 재사용 문제 관련 좋은 선례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