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법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 상태로 법이 시행될 경우 ‘정신질환자 퇴원 대란’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정한용)가 지난 4일 마련한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마련한 ‘정신건강주간 선포식’ 자리는 단연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화두였다.
권준수 차기 이사장[사진]은 “그간 정신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검토 과정에 있었다. 하위법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상위법인 정신보건법과 부딪히는 부분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정신건강 인프라를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 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입원기준, 진단기준 등 지엽적 문제만 다루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지난 3월 20일 정신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논란의 중심에 있던 ‘강제입원 시 각각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소견이 필요하다’는 조항에 예외를 뒀다.
구체적으로 국공립병원 또는 지정의료기관과 그 소속 전문의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2주 내 진단을 받지 못한 경우 1회에 한해 기간 재연장이 가능케하고, 판정의사 파견이 가능한 지정의료기관 기준도 민간의료기관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당초 문제가 된 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학회는 시행령과 시행규칙보다는 상위법인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준수 차기 이사장은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완화해 일반인들 눈에는 마치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미흡해 일명 ‘방어진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적 책임에 관련된 부분을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며 “이 상태로라면 방어진료가 양산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에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 과정이 진행됐다.
정신건강복지법대책TFT 백종우 위원은 “대의원총회에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에 2차 진단의가 소속돼 활동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시행령 및 시행규칙,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원 대란이 실제로 일어날 시 지역사회의 준비 정도도 논의 대상"이라며 "정신질환자를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 개선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복지부에서 학회의 요구사항에 신뢰할 만한 답변을 제시하는 경우 얼마든지 임시대의원회를 소집하는 등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한편 학회는 오는 13일 그랜드힐튼서울에서 열리는 ‘2017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개정 정신보건법 설명회’를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