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법원은 앞서 현지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직접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에는 업무정치처분뿐만 아니라 요양급여 환수처분도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지방 A의료원이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및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피고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고 30일 밝혔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노인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 간호관리료차등제 운영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의심하며 현지확인을 실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심평원은 A의료원이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정황을 발견해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복지부는 2014년 4월~2015년 3월 및 2016년 7월~2016년 9월을 총 15개월을 조사대상 기간으로 설정하고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또 조사 중 부당청구 기간이 추가로 확인되자 대상기간을 총 36개월로 정했다.
복지부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A의료원의 96일의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A의료원이 운영하고 있는 ‘노인전문병원’엔 11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 따라 각 68억7367만원, 57억9177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청구한 요양급여비용과 관련해서도 A의료원(26억1487만원) 및 A의료원이 운영하는 ‘노인전문병원(190만원) 등을 환수처분했다.
하지만 A의료원 측은 이 같은 복지부 처분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의료원인 현지조사가 복지부 공무원 방문 없이 심평원 직원들에 의해서만 실시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현행법상 조사권한이 없기 때문에 위법한 조사란 것이다.
이 밖에 복지부가 조사 전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으며, 또 조사대상 기간을 뚜렷한 근거없이 과도하게 연장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현지조사팀 중 복지부 소속 사무관들은 A의료원과 이 병원이 운영하는 노인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다.
현지조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요구와 확인서 및 사실확인서 청구 또한 심평원 직원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심평원 소속 조사원들로만 이뤄진 조사는 위법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현행 요양기관 현지조사지침에 따르면, 조사계획을 수립한 복지부는 심평원과 건보공단으로부터 전문인력을 지원받아 현지조사반을 구성하게 된다.
다만 이 전문인력은 제반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조사팀의 팀장(반장)은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맡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심평원 및 건보공단 직원에게 조사업무를 어디까지 위탁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재판부는 “구(舊) 국민건강보험법령, 구(舊) 의료급여법령, 구(舊) 의료법령 등에는 심평원이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보험(의료)급여비용의 심사·조정 및 의료급여 적정성 평가 등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권한을 넘어선 현지조사권한을 법령상으로 정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복지부 장관 명의의 ‘조사명령서’와 ‘요양(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 요구서’를 발부했지만 행정권한을 위탁할 수 있는 근거법령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개별적인 위탁은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조사권한을 나타내는 증서를 제시해야 하는 법령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장에 없는 상황에서 관계서류 제출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이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현지조사는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실시된 하자가 있어 위법한 행정조사에 해당되고 각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모든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