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1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대한응급의학회(회장 진영호·이사장 최성혁)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응급의료체계’를 주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 현장은 참석한 1500여명의 회원으로 북적였다. 병원 전(前) 처치 등 응급의료체계 관련 연수강좌·심포지엄 뿐 아니라 미래 응급의료, 응급의학 전문의의 삶 등 다채로운 주제들 가운데 제기된 응급의료 정책과 관련한 학회의 날카로운 목소리 또한 눈에 띄었다. 데일리메디는 14일 정성필 학술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김원영 정책이사(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류현호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를 만나 이번 추계학술대회 구성 및 학회 정책 현안을 들었다. [편집자주]
올해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는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정성필 학술이사는 “학회는 정보전달 뿐 아니라 교류와 의견 교환, 결론 도출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현장인데 온라인 행사는 그런 부분이 어려웠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온라인 질의응답이 있지만 추후 답변 작성도 어렵고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측면이 있고, 대면 행사는 바로 묻고 답할 수 있으니 확실히 낫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에서 소수 모임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결론이 도출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학술대회의 취지가 살 뿐 아니라, 야간에 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끼리 오랜만에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응급의료체계’ 논의 수면위 부상···미래 응급의료 패러다임 제시 필요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응급의료체계’인 만큼 양일 간 병원 전(前)처치를 위한 구급대원 교육, 응급의료지도 전문화, 닥터헬기 사업 발전 방향 등 관련 연수강좌와 심포지엄이 다수 마련됐다.
국내 첫 응급의학 전문의가 배출된 지 30년이 되는 현재 시점에서 응급의료 수준은 많이 향상됐지만, 프로토콜·지역 완결의료 등 국가 차원의 응급의료체계는 여전히 공백이 많다는 문제 의식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교수, 송성욱 제주대병원 교수는 응급의료 지도의사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김원 제주한라병원장은 지난 10여 년의 닥터헬기 사업 성과를 돌아봤다.
정성필 학술이사는 “병원 전(前) 단계에서 환자 이송, 최종치료병원에서의 대응 등 응급의료 전반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정책적인 내용을 주요 주제로 채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특히 닥터헬기는 응급의료체계에서 이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원영 정책이사는 “내년부터 4차 5개년 응급의료기본계획이 시작되기 때문에 정책적 응급의료 발전방향을 논하는 적기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공·필수의료 육성 목소리 커지면서 응급의료 역할 가려지는 현상
근래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대적인 정부 차원의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응급의료 분야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응급의료가 처한 현안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원영 정책이사는 응급의료 거버넌스 체계 재개편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응급의료를 공공의료발전기본계획과 연계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현재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환자 이송·헬기 출동 등의 사안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그를 관할하는 국립중앙의료원(NMC) 공공보건의료본부에, NMC 원장과 그 위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내야 하는 복잡한 구조다.
그는 “진행하려는 단계들이 승인을 못 받아 진행을 못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굳이 응급의료 분야를 NMC 공공보건의료본부에서 결재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본부에서 빠져나와 보건복지부와 즉각 소통하는 것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발목을 잡는 현 거버넌스 체계 뿐 아니라 응급의료 현장에서도 응급실 과밀화 해소, 응급의료에 대한 인식 개선·사회적 합의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정성필 학술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의 최대 장점은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되고 응급실 문턱이 낮다는 점이었는데, 이제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할 시기다”며 “경증 환자는 대형병원 방문을 자제하는 등 선택권을 다시 제한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