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가 5일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 참고인 조사차 경찰에 출석한 가운데,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이 "정부는 누군가 사주로 이번 사태가 시작됐다는 허황된 주장을 하며 무차별적인 경찰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힐난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오전 성명문을 내고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쓰게끔 주도한 사람을 굳이 꼽자면 의협 회장도, 前 의협 비대위원장도 아니고 각 병원 대표를 포함한 전공의는 더 더욱 아니다. 바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그리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대위는 전공의들의 사직은 개별적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 본질은 전공의들이 누군가의 사주로 인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이고 근거 없는 정책 추진 강행으로 더 이상 수련을 이어 나갈 의미를 상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태의 주동자를 찾는다며 경찰력을 동원해 전공의들을 지속 겁박하고 있다"며 "경찰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젊은 의사들을 소환 조사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의료대란은 과장된 공포이고 의료체계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젊은 청년들에 대한 철저한 경찰 조사를 지시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에 깊은 분노와 절망감을 느낀다"며 "전공의도 한 사람의 국민이다. 정부가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권위주의 독재에 대한 향수이자 자유주의 사회의 퇴보"라고 규탄했다.
"의료개혁안이 전공의‧의대생의 요구 충족했다는 정부 입장은 '궤변'"
전공의들은 정부의 거짓과 기망이 우리나라 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비대위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계는 전문의가 본인 분야에서 진료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속 지적했지만,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황당한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했다.
의료개혁안을 통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줬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전공의 들은 '궤변'이라고 혹평했다.
정부가 의료개혁에 필요한 재정에 대해 구체적인 예산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개혁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며 호언장담하지만 정작 채웠어야 할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금조차 매년 기준치에 미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의료계에 돌리고자 전공의들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최악의 자충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만행으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게 있다"며 "전 국민이 이를 지켜보고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 역사에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