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출범 3주만에 중단됐다.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해 네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
이진우 대학의학회 회장은 오늘(1일) 협의체 브리핑에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학회와 KAMC는 정부가 사태를 해결코자 하는 의지가 있으리라 믿었기에 의료계 내부 반대와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협의체에 참여하는 결단을 했다"며 "그간 2025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협의체에 참여한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두 단체는 협의체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중단 ▲의대 예비합격자 배수 축소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에 불합격 줄 수 있도록 대학에 자율권 보장 ▲모집 요강내에서 대학에 자율권 부여 등 네가지 조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법적인 문제와 국민 여론을 이유로 거절했다.
한 대변인은 "수시 미충원 이월 문제는 모집요강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들이 많이 걸려 있다"며 "나머지 3개 방안도 법적인 부분이 걸리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현재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25년도 의대 모집 자체를 중단하자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오히려 국민 여론을 더 악화시키지 않았나 싶고, 그 악화된 여론 때문에 어떤(대학 자율성 부여) 여지도 어렵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醫 "정부 조정안 거절 이유 납득 안돼, 여야 모두 적극 중재 나서지 않아"
그러나 의료계 단체들은 조정안을 거절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강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진우 회장은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떤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의료계가 대화의 장(場)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협상장으로 나온 의학회와 KAMC 제안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부하면서 정책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한치도 물러나지 않는 일관된 입장에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여당을 향해 "의료 현실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 질책했다.
이 회장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야당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의정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모습에 과연 야당이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으며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코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금 대한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여야 역시 말뿐이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국민을 위한 해결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부와 여당 측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의대생 휴학 승인 허용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관련 개정안 추진 중단 등 의료계 요구사항을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政 "협의체 휴지기 갖기로" 醫 "휴지기 아닌 중단, 확실한 태도 변화 있어야 재개 검토"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늘(1일) 의평원 관련 자율성 보장에 대해 저희가 합의점을 갖고 왔다"며 "이 부분도 첨예하게 입장차가 있었다. 어느 정도 협의체 성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협의체의 심도깊은 논의는 양측이 상호 입장을 이해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부가 앞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쟁점이 됐던 2025년도 입학 정원과 관련해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그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 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단언했다.
한편, 협의체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의정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정부와 여당이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인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힌 것에 이진우 회장은 "그것은 정부‧여당 입장이다. 저희는 휴지기를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단락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여당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나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고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