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며 의학에 대한 정부 관심과 국민적 기대가 더해졌다. 의사과학자 양성과 이를 위한 연구중심 의과대학 육성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사과학자 양성 허브가 될 것이다.”
서울대 의대 학장을 역임한 신찬수 KAMC 제8대 신임 이사장(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18일 서울의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신 이사장은 “현 의대 교육체계 한계를 한 대학 학장으로서보다는 전국 의과대학 연합체 차원에서 해결해보기 위해 우리나라 의학 교육 핵심 기관인 KAMC의 이사장으로 나서게 됐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KAMC는 학부 교육에 방점을 두고 노력해왔지만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졸업 후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졸업 후 교육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러한 목적에서 ‘의사과학자 특별위원회’도 설치했다. 그는 “서울의대에서 그간 의사과학자 관련 컨소시엄을 주도했는데 각 대학이 계속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집·선발 및 컨소시엄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학교 밖에 있어야 한다”며 “그렇다면 공정성도 해치지 않을 수 있다”고 특별위원회의 향후 역할을 시사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현재 의대 뿐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울산과학기술원(UNIST)·포항공과대학(POSTECH) 등 국내 과학기술특성화 대학들도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은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서울대 의대 졸업생들을 보낼 의지도 있다. 그만큼 장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졸업 후에도 그들을 10년 동안 의무 복무시키는 계획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현재와 같은 의과학대학원 체제는 응원한다. 기존 의과대학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더 좋은 인재를 양성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의대 통합 6년제 개편 필요, 연구 등 임상 외 분야 접할 기회 늘려야”
신 이사장이 꼽는 현행 의학교육 문제는 연구 분야 부진이다.
그는 “KAMC는 의과대학 학제 개편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며 “예과 2년 과정은 점차 잊혀지게 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커리큘럼을 만들기 어렵다.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분절된 학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통합 6년으로 개편하면 하나의 학부체제 안에서 학생들이 임상 뿐 아니라 연구 등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여유롭게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는 게 신 이사장 견해다.
그는 “전국 수재들이 의대에 들어오는데 그들이 훌륭한 임상의로 자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에 발을 담글 기회를 줘서 국가 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며 “인문학적 소양 배양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환자를 직접 보게 하면 교육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교육 분야 중 특히 기초의학과 관련해 신 이사장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현재 해부학·생리학·생화학 등 기초의학 커리큘럼이 모두 분절돼 있다”며 “강의 시간을 늘리면 학생들이 기초의학을 더 선택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잘 모르겠다. 재할의학과는 강의는 적지만 인기가 많다”고 솔직한 의견을 내비쳤다.
“연구중심 의대 추진 등 기초의학 포함 연구 활성화 지원 필요”
이어 “기초의학은 밤새 실험해도 좋은 논문이 나올 확률이 낮고 연봉도 적으니 학생들이 기초의학 분야 선택을 주저한다”며 “심지어 교수들조차도 연구비를 따내기 너무 어렵다.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한 이유”라고 피력했다.
기초의학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그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연구중심 병원’ 사업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연구중심 의대’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은 “병원은 진료를 보고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곳이다. 노벨상 등을 바라보는 연구는 대학이 하는 게 맞다”며 “역량과 여건을 갖춘 대학을 선택·집중해서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병원이 교수들에게 환자를 더 보라고 하고, 교수들은 연구할 시간이 짧아지고 보직 수행을 위해 끌려다니게 된다”며 “연구 중심 의대 시스템 안에서는 이들이 월급 걱정 없이 대학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