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사태 이후 '전담 전문의'로 인한 일선 대학병원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서 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돼 왔지만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의료인력 공백이 커지면서 전담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병원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전담 전문의 업무 제한을 완화시켰지만 일선 진료현장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전담 전문의 기준이 설정돼 있는 곳이 젊은의사들 기피현상 중심에 있는 필수의료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의정사태 해결 이후로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서울특별시병원회와 데일리메디가 함께 이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이번 좌담회는 서울특별시병원회 고도일 회장이 좌장을 맡고 △강남세브란스병원 구성욱 원장 △보라매병원 이재협 원장 △이대서울병원 주웅 원장 △강동경희대병원 이우인 원장 △고대구로병원 정희진 원장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이 참석해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논의했다.
Q. 많은 병원들이 ‘전담 전문의’ 운용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현 상황을 진단하면
주웅 이대서울병원장
전담 전문의 제도는 굉장히 이상적이다. 전문의가 병실이나 중환자실에 상주시켜 환자 예후도 좋아지고 사망률도 줄어들고 하는 데이터들이 실제로 있기도 하다. 좋은 전문의들이 각 병원, 중환자실, 병실에 포진하고 있으면 전체 의료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이를 수행할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최저 수요를 맞추기에도 부족하다보니 수요 공급에 의해 몸값은 올라가는 상황이다. 복지부, 심평원에서 제시하는 전담 전문의 기준을 맞추려면 어마어마한 몸값을 들여야 된다. 자금력이 있는 병원만 맞출 수 있다.
이재협 보라매병원장
전담 전문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들의 급여가 상당히 증가했고, 규모가 작은 병원들 어려움은 가중됐다. 특히 공공병원은 급여체계가 훨씬 경직돼 있다. 전담 전문의들도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발전해야 하지만 제도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 한 직군에서의 성장성을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들은 전담 전문의 구하기가 민간병원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전담 전문의는 내과, 외과, 중환자 전담 전문의 등을 구하고 있는데, 중환자는 충원율이 50% 미만이다.
Q. 의정사태 전후로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구성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
의정사태 이전에도 입원전담 전문의 있었다. 차이점은 수술 후 관리라든지 병동 및 주치의 업무를 덜어주는 역할을 했지만 의정사태 이후에는 당직의 개념 전담 전문의를 요구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모든 병원에서 그런 수요가 많아졌는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그런 분들이 적다. 올해도 의정사태로 전문의가 안 나오는 상황인데, 당장은 내년에 우려가 더 크다. 의사들 삶의 질 등이 영향을 미치고 실제 채용도 현실적으로 몸값이 너무 올랐는데, 실질적으로 당직 등 지원비를 받긴 어렵다.
이우인 강동경희대병원장
전담 전문의는 중환자실, 신생아실, 감염관리, 입원관리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원을 채워야 수가를 제대로 받고, 의료 질(質) 평가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공고를 내지만 임금은 올라가고 채용은 어렵다 보니 경영에 악영향을 준다. 2025년도부터는 입원 전담 전문의가 의료질 평가에서 삭제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른 것들은 지금 특별히 완화된 게 없다. 예를 들면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라고 하면 주 5일에 주간 8시간을 근무해야 되는데 그게 이제 1인을 인정해 주는 등 이런 기준을 다 만족을 해야 된다는 점인데 현실적으로 많이 어렵다.
"전담 전문의, 이상과 현실 괴리 심각"
"야간·휴일 근무에 대한 보상을 많이 해줘야 제도 정상적 운영 가능"
Q. 정부가 한시적으로 인력기준을 완화시켜 주기도 했다.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뭐가 있는지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
수가하고 연동돼 있는 게 지금은 응급실, 입원전담 전문의, 중환자실이기 때문에 대부분 거기에 집중되는데 상급종합병원 평가 및 의료진 평가하고 연동되는 게 다행히 내년부터는 빠지기 때문에 다행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의는 전공의 하고는 역할이 달라야 되고 병동에서 입원 전담 전문의로 있더라도 본인 스스로 판단하고 모든 걸 케어할 줄 아는 역할이 맞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원전담 전문의는 그렇지 못하다. 점점 일을 줄이길 원하고 책임질 일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이우인 강동경희대병원장
기준이 조금만 완화가 된다고 해도 일단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 입장에선 있는 인력을 갖고 어떻게 운영을 해서 좋은 투자를 받아야만 되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마취과 같은 경우도 적정성 평가를 할 때 반드시 상근 전문이어야 하는데, 우리 병원은 마치과 의사가 굉장히 많고 아무리 마취를 많이 해도 전혀 평가에 들어가지를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이런 의사인력의 상근 의사 등 제한적으로 기준을 조금 더 완화시켜야 한다.
Q. 가장 큰 문제는 의사인력이다. 전담 전문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지
주웅 이대서울병원장
시대가 변하면서 필수과들이 비인기과가 된 이유가 야간, 응급, 주말근무 때문이다. 입원 전담의를 설계한 사람도 야간, 휴일에 일할 인력 확보가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분류를 세분화했던 것이다. 국가적으로 야간, 휴일에 일하는 거에 대한 보상을 많이 높일 필요가 있다. 간호사 PA의 야간 관리료도 그렇고 당직도 그렇고 야간 근무에 대한 보상을 더 높여줘야만 필수의료가 살아날 수 있다. 이제 결국은 보상의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이재협 보라매병원장
우리나라 정책이 너무 세세하게 인력기준이라든지, 자격 요건을 질 평가 기준에 집어넣는 등으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에 전문의 배출이 안되고 이런 현상이 몇 년간 어려워지면 현재처럼 이런 빡빡한 시스템 아래에서 맞춰나갈 병원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기준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그런식의 정책을 계속 유지하다가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또 수가 보존율이 워낙 낮은 상태에선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 특히 공공병원은 전담 전문의 급여를 다른 병원하고 비슷하게 맞출 여력도 없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결국 입원 전담 전문의든, 어떤 형태의 전문의든 인력기준이 설정되면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건비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파생된다. 솔직히 현재로써 수가를 의사 인건비 상승에 맞출 수는 없다. 대학병원급은 물로 중소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인력이 수도권으로 계속 빨려 올라가는 형태여서 구조적인 측면도 사실은 문제가 있다. 공급이 늘어야 된다는 건 분명한 명제다. 그래서 정부도 기본적인 필요조건만 제시하고 성과 중심으로 보상을 늘리는 구조로 바꾸려는 정책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