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간호법과 관련해서 원만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특단의 강경책을 모색해 실행에 옮길 것이다.”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이필수 회장은 전례 없이 강력한 어조로 경고했다.
지난해 5월 임기를 시작한 그는 전임 집행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당선됐다. 의사 회원들에게는 정부·국회 등과 협상을 선호하는 ‘온건파’로 인식되고 있는데, 취임 후 총파업을 떠올릴만한 ‘특단의 강경책’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의료법에 기반을 둔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면서 “끝까지 법안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간호협회(간협) 등 간호계 주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간협 주장하는 간호법 존재하는 국가 리스트 공개" 촉구
이 회장은 “간협의 당정에 대한 압박 수위는 이미 도를 넘었다”며 “간호사단체가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과 의지를 묵살하면서까지 간호법 통과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에 맞서 끝까지 법안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천명했다.
간협의 ‘세계 96개국에 간호법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도 문제인데 세계 96개국에 간호법이 존재한다면 해당 국가의 리스트를 뚜렷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 회장은 간호법 제정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처우 문제에 대해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업무범위는 의료법 등 틀 안에서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이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간호사 단체만 혜택을 주기보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제안했다.
또 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해서는 “간호사 업무는 의료법 틀 안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업무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다음달 23일 10개 단체와 공동으로 대한문 앞에서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간호법 뿐만이 아니다. 원격의료,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 등 현아에 대해서도 “확실한 명분과 논리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반박이 아닌 무(無)지성과 비논리로 일관해 악법들을 강행한다면 더 이상 신사적일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증원이 공공의료 해결 '만능 키(Key)' 아니다"
약 40여일을 앞둔 대선정국에서 쏟아지고 있는 공공의료·실손보험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공공의료 확충 방안으로 꼽히는 의대 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등 의사인력 증원에 대해 ‘9·4 의정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서도 “사안에 따라 강한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회장은 “공공의료 확충은 2020년 9·4 의정 및 의당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 아젠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공의료 확충의 방안으로 의대 설립과 의사 증원 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만능키(key)’라고 할 수는 없다”며 “건강한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지원책과 건강보험 재정운영 정책 마련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료가 취약한 이유가 공공의대가 없어서, 혹은 공공병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문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부족, 낮은 처우로 인한 공공부문 종사 기피 때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에 대해서는 “개인 의료정보의 전산화와 실손보험사의 영리추구 행위가 맞물리게 되면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의협 등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해 부당함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 정치력 키우자” 고재경·김수철 대외협력이사 선임 이유
이렇게 강경한 발언을 쏟아 내면서도 이 회장은 의협의 ‘정치역량 강화’를 외쳤다. 이 같은 의지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고재경, 국민의힘 출신인 김수철 등을 대외협력이사로 선임하면서 구체화됐다.
이 회장은 “의협 회장 후보 당시부터 일관되게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의협의 정치 역량 강화였다”며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이 아닌 위해(危害)를 가하는 법안들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정치권 대응력에 대한 한계를 크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의료계와 당정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등용한 것”이라며 “대외협력이사들은 각 당 선거대책본부에서 중책을 맡아서 활동 중인데, 의료계 목소리가 왜곡되지 않고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선을 앞두고 회원들의 정치 참여도 독려했다. 이 회장은 “의사 회원들이 대선에 적극 참여하고, 정치권 혹은 정당 활동에 나서서 목소리를 키워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보건의료가 올바르게 가는 길”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