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 파견에 이은 조기 제대 추진을 두고 ‘하석상대(下石上臺)’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이 아닌 ‘언발에 오줌누기’와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군의관 역시 젊은의사들로, 설령 정부가 제대를 앞당겨 준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소속 병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 이후 "의료공백 위기 극복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전임의로 근무했던 군의관의 조기 복귀 허용을 위해 국방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진료현장에 군의관 파견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복무 만료가 임박한 군의관 제대를 당겨 입대 전 근무했던 병원으로 복귀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年 임관 600~700명 군의관으로 1만2000명 이탈 전공의 빈자리 메우는거 어불성설"
하지만 연간 임관기준 600~700명 정도인 군의관으로 1만2000명에 달하는 이탈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전공의에 이어 의대교수들도 집단사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 백명의 예비역 군의관으로 진료공백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군의관들의 복귀도 장담하기 어렵다. 막무가내식 정책에 절망한 젊은의사들이 투쟁을 이어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군의관들이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 14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1만2910명 전공의 중 계약을 포기했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이는 1만1999명(92.9%)에 달한다.
정부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308명에게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공시 송달은 업무개시명령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함으로써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나 고발 같은 사법 처리 절차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공의들은 복귀는 물론 공개석상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묵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군의관 파견과 조기 제대를 두고 군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 위험성이 상존하는 분단국가임을 감안하면 군의료는 늘 전시 상황 대비 태세가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정부는 가뜩이나 부족한 군의관을 민간병원에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 중 2460명이 오는 8월 내 현역병 입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의관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 2022년 군의관이 아닌 일반 사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이 200명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 부족을 겪고 있는 군의료‧지역의료에 더 큰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역병 복무기간 감축이 시작되기 이전인 2002년 군의관 임관 인원은 1500명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600~700명까지 줄어들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근본적 해결책 모색하기 보다 구멍 메우기에만 급급한 근시안적 정책이 황당무계할 따름”이라며 “이제라도 백년대계의 각오로 새판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