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개선 정부 의사수 증원정책, 실패할 것'
의협, 99개 지역의사회 대상 설문조사···'선정 기준 잘못 등 근본적 원인 절실'
2020.07.31 12:2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가 의료취약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동일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일방적 의사증원 정책은 근본적 원인 해결 없이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가 지정한 의료 취약지역 소재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의료취약지 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 지역 의료 및 주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료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고 의료기관 및 의료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의사 인력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동일한 목적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분만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99개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지난 6월29일부터 7월10일까지 실시됐으며, 36개 시·군·구의사회가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인력의 71%가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과 거주 여건(15%) 문제 등으로 의료기관이 있는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에 거주하고 있었다.
 
근무 지역과 거주 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도 62%에 달해, 의료취약지역의 열악한 교육 및 정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에 답한 시·군·구의사회 중 94%가 소속 지역에 국·공립의료기관이 있다고 답했으나, 해당 국·공립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소아청소년환자 및 분만환자를 진료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의료 취약지 사업(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 환자 진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 비율이 89%로 의료취약지 제도와 의료취약지역의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은 설문 결과, 의료취약지 제도가 의사회들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 등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군·구의사회의 61%가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을 모르고 있고, 의료취약지 선정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답이 81%,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는 지 여부에 대해 5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료취약지 분야(응급, 소아, 분만)를 잘못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50%로 나왔다.

이어 “의료취약지 지정 기준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27%에 달해,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실제 지역 여건과 맞지 않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취약지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는 ▲의료기관 운영이 어렵기 때문 31% ▲지역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 21%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 18%이라는 응답이 나왔으며, 의료취약지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에 대해 91%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의료인력 명확 추계‧배치 불균형, 근본원인 개선 없으면 의사수 증원도 실패”
 
이에 의협은 의료취약 지역과 참여 의료기관이 기본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을 강화해 지역의료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러한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민간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보상 기전 마련 43% ▲의료인력에 적정 보수 제공 27% ▲지역 주민에 대한 이동서비스 지원 등 후송체계 강화 18% ▲의료인력 자기계발 기회 및 교육 제공 9% 순으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이 나왔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발생이 의료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취약 지역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 부족으로 지역별·종별·전문과목별 의료인력 배치 불균형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는 것과 같이 의료인력에 대한 명확한 추계나 배치 불균형이 야기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개선 없는 일방적인 정부 의사수 증원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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