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응급구조사 '입학정원' 족쇄 풀릴지 촉각
감사원 '교육부, 법적 근거없이 18년 규제' 지적···복지부 유권해석 유일 근거
2020.10.10 06:4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안경사와 응급구조사 입학정원에 대한 의미심장한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모은다.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법적근거도 없이 무려 18년 동안 일선 대학들의 안경사와 응급구조사 입학정원을 규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02년부터 법적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요청만으로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관련 학과의 입학정원을 규제해 왔다.
 
현행 고등교육법 상으로는 일반학과의 경우 대학이 교육여건과 사회적 인력수급 전망 등을 반영해 총정원 내에서 각 학과의 입학정원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직종과 관련한 학과의 경우 모집단위별 정원을 정할 때 관계중앙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관련 학과 입학정원의 경우 중앙행정기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법적근거가 없음에도 교육부는 복지부 요청에 따라 입학정원 증원 등을 규제하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 역시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2002년 안경사와 응급구조사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의료기사 종별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학과 설치 및 증원의 사전협의 대상인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안경사와 응급구조사 역시 복지부장관이 면허를 부여하는 직종으로, 적정 수급조정이 필요한 만큼 입학정원 협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법적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 이에 교육부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 발목을 잡혔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현재까지도 법령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보건복지부 요청에 따라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관련 학과 입학정원을 규제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21학년도에는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양성학과 입학정원 증원 신청인원이 각각 20명과 191명이었으나 실제 증원 배정된 인원은 각각 13, 30명 밖에 되지 않았다.
 
증원을 신청했던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정원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신청인원보다 적게 배정받는 등 여전히 규제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응급구조사의 경우 고령화는 물론 병원이나 소방서로 한정됐던 역할 범위가 학교, 보건소, 항공사 등으로 확대되는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경사 역시 영상매체 발달 및 스마트폰 사용 증가에 따른 시력 저하 등으로 안경 수요가 늘면서 필요한 인원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반해 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응급구조사는 수요에 비해 20202987, 202518614, 203019253명이 부족하고 안경사도 20209410, 20256,637, 20304184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처럼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인력수급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법령상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채 관련학과의 입학정원을 규제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관행적으로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양성학과 입학정원을 규제함에 따라 인력수급 전망에 따른 대학의 학생정원 조정 추진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와 복지부 모두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교육부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 법령에 근거한 직종에 대해서만 입학정원을 조정하고, 안경사와 응급구조사의 경우 관계부처와의 논의를 거쳐 법령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역시 향후 안경사 및 응급구조사 양성학과 입학정원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교육부와 논의할 예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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