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첫 치료제가 나왔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7일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상품명 에드유헬름)’에 대한 임상 4상 시험을 조건부 승인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2003년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허가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기억력 감소 증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질병의 진행 자체를 늦춘 약은 없었다.
통상 알츠하이머병은 기억과 의사소통 등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공격하는데 아두카누맙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고 불리는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을 돕는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덩어리를 형성하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고 알려졌다.
아두카누맙은 이미 악화된 환자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지는 못하고 이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약은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는데 가격은 연간 기준 5만6000달러(약 6200만원)다.
아두카누맙이 허가를 받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서로 상충돼 승인 여부는 불투명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3월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과 사고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나중에 회사는 고용량 약물을 투여한 환자의 임상시험 자료를 다시 분석했더니 기억과 사고력, 일상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 감소를 22%까지 늦췄다. 회사는 이 결과를 토대로 FDA에 승인을 신청했다.
FDA의 이번 결정은 일부 연구자와 환자 단체들은 반겼지만 신약 허기 기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예일대 의대 조셉 로스 교수는 “이번 허가는 FDA와 전반적인 보건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와 보험사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에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FDA는 이번에 예외적인 승인을 했다. 앞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6일 최종적으로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반대했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따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2008~2015년 FDA 신약 승인 결정의 89%가 자문위원회의 결정을 따랐다.
에자이·릴리 등도 신약 도전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아미로이드 결합 항체 치료제인 ‘레카네맙’도 지난해 여름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지난 4월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레카네맙의 2b상 임상시험 결과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감소하고 임상 증상의 진행이 억제됐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도 도전 중이다.
지난 1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이 임상 2상 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증상 진행을 32% 늦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은 릴리가 추가 임상을 거쳐 2023년에 FDA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헤이븐사의 '트로리루즐'도 후보군이었으나 지난 1월 실패를 맛봤다.
지난 1월 바이오헤이븐은 알츠하이머병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3상 48주 차에서 인지력 손상을 나타내는 ADAS-Cog11과 임상치매평가척도 등이 위약에 비해 통계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트로리루졸은 2차 평가변수인 자기공명영상(MRI)에 따라 평가된 해마 용적 크기도 위약대비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