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침적이 장기간 지속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긴다.
또한 이 플라크가 뇌혈관 주변에 쌓이면 대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cerebral amyloid angiopathy) 발생 위험이 커진다.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찾는 과학자들은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항체로 제거하는 걸 연구 중인데 최종적으로 임상을 통과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항체 치료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성공적으로 제거하고도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건 뇌부종(brain swelling), 뇌출혈 같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이 마침내 그 돌파구를 찾았다. 부작용 없이 뇌 조직과 뇌혈관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미량 성분인 아포지질단백질 E(APOE)를 표적으로 플라크를 없앴다. 이 연구 결과는 1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신경학과 과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데이비드 홀츠먼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치료법을 찾아왔는데 우리가 매우 유망한 후보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항체 치료의 표적을 APOE로 바꿈으로써 부작용을 피하면서 플라크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뇌 스캔에 보이는 부작용을 통칭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라고 하는데 두통, 몽롱함, 발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항 아밀로이드(Anti-amyloid) 항체에 대한 임상 시험에선 참가자의 약 20%가 ARIA를 보였다. 항 아밀로이드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이물질로 간주하고 면역계에 비상을 건다.
그런 다음 '청소 반원' 역할을 하는 소교세포(microglia)를 불러 모아 플라크 제거에 투입한다.
연구팀은 과도한 염증 반응, 즉 너무 많은 소교세포의 활성화가 ARIA를 유발할 것으로 보고,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미량 성분을 표적으로 삼아 좀 더 절제된 염증 반응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 추론에 딱 들어맞는 항체가 바로 HAE-4였다.
이 항체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에서 아주 미량만 발견되는 인간 APOE의 고유 형태를 겨냥해 뇌 조직의 플라크 제거를 촉발했다.
인간 아밀로이드와 APOE 4 유전자로 조작한 생쥐 모델 실험에서 이 항체는 뇌혈관의 아밀로이드도 제거했다.
대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에도 효능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상대로 이런 유전자 조작 생쥐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뇌 조직과 뇌혈관에 다량의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침적했다.
하지만 HAE-4 항체로 8주간 치료하자 뇌 조직 및 혈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눈에 띄게 줄었고, 혈류량에 맞춰 팽창·수축하는 혈관 탄력성도 크게 개선됐다.
알츠하이머병 임상 3상에 들어간 항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과의 효능 비교에서도 HAE-4는 우위를 보였다.
아두카누맙을 투여한 생쥐는 혈관 출혈이 확연히 늘었지만, HAE-4를 쓴 생쥐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두 항체 모두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대해 비슷한 수위의 염증 반응을 끌어냈다.
그런데 항 아밀로이드 항체는 염증 수위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항 APOE 항체는 2개월 만에 염증을 말끔히 해소했다.
홀츠먼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지 않고 대뇌 알츠하이머 맥관병증만 생긴 사람에겐 나중에 뇌졸중이 올 수 있다"라면서 "지금까지 이런 환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는데 동물실험이긴 해도 부작용 없이 항체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입증돼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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