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치매 치료 선두 약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효능 논란에 휩싸이고 여기에 치매 치료제의 미국내 건강보험 적용 범위 축소 등 연이은 악재로 글로법 제약계가 긴장하고 있다.
유수의 시장조사기관들이 금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후보 및 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에 각각 ▲일라이 릴리 ‘도나네맙’·로슈 ‘칸테네루맙’ ▲‘도나네맙’·에자이-바이오젠 ‘레카네맙’ 등 다수의 치매약을 올려놓으면서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임상시험만 152건, 후보물질은 126개에 달할 정도다.
이처럼 다수 기업들이 치매 극복에 도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선두기업인 빅파마들의 미국 진출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바이오젠·에자이의 아두헬름은 지난해 6월 FDA 조건부 승인으로 미국에만 출시됐지만 매출은 저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아두헬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00만달러, 전체 300만달러로 보고됐다. 바이오젠 측은 “올해 전체 수익에 아두헬름이 최소한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회 투약비용이 4312달러(약 516만원)로 책정됐기 때문에 효능 대비 가격논란이 끊이지 않자 바이오젠은 지난달 가격을 반값으로 대폭 낮추기까지 했다.
파격 행보에도 불구하고 악재는 이어졌다. 최근 바이오젠은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 등으로부터 민사조사 및 승인 정보제공 관련 조사를 요청받았다.
또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아두헬름을 포함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제한키로 결정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오는 4월 CMS 결정이 이대로 확정 발표되면 해당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만 보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바이오젠은 “CMS 결정이 확정될 경우 환자들에게 치료옵션을 지나치게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건보 적용 대상을 선별하는 조치는 경쟁 빅파마에도 우려로 작용했다. 아두헬름과 도나네맙을 놓고 직접비교임상(head-to-head)을 진행하고 아두헬름을 주시 중인 일라이 릴리는 당초 계획과 달리 도나네맙의 FDA 신청 완료 시점을 연기하기로 이달 초 결정했다.
릴리 측은 “이번 CMS 결정에 따라 도나네맙의 건보 보장 가능성이 좁기 때문에 신속 승인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며 “금년 내 빠른 승인 신청을 완료키 위해 노력할 예정이나 1분기에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중반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3상 연구 데이터를 기다릴 예정”이라며 “본 임상이 성공하면 CMS의 적용 범위 결정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더해 근래 FDA가 ‘다인종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면서 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만 이뤄진 임상데이터를 불충분하다고 보는 움직임을 내비쳤다. 때문에 향후 미국 승인을 위한 임상 조건도 까다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서도 치매 극복을 위한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알츠하이머 치매 연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는 인류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영역이기 때문에 대규모 글로벌 임상을 통해서도 효능을 입증하기 어렵지만 결국은 효능 입증이 관건”이라며 “국내서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있는데 임상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광범위한 데이터 확보 및 효능 입증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선아 아주대 의대 교수도 한국연구재단 보고서에서 “근원적 치료제들의 허가가 예측되는 현 시점에서 효능·부작용·치료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정밀의료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기초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