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정부에 “대통령 직속 논의기구를 설치하고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16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소아청소년 건강 안전망이 붕괴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고 법과 예산으로 국회가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이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 붕괴 위기가 도사려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소아응급실 운영시간을 단축한 데 이어 최근 가천대 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했다.
해당 병원들만이 위기가 아니다. 소아청소년과학회가 전국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 75%가 ‘진료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2023년 전국 전공의 1년차 모집 결과, 207명 정원 중 33명만 지원해 지원율은 15.9%까지 추락했다.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등에 이어 끝없이 폭락하는 추세다.
이에 학회, 의사회, 아동병원협회는 한 목소리로 “전공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희망있는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대통령 직속 논의기구를 설치할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내 실행기구인 소아청소년 필수진료 지원 TFT와 상설 소아청소년과 전담부서를 신설하라는 주장이다.
"포기 안 할테니 전공의 유입 등 인프라 갖춰달라"
김지홍 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전공의가 유입될 수 있는 희망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걱정 없이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병원 전공의, 교수, 아동병원 원장 등 모두가 무너지는 댐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기하려면 진작 응급실을 다 닫았을 것이다”며 “우리는 힘들다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늦기 전에 인프라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부가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의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는 지원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단체들은 이밖에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급 전망이 앞으로 개선되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의 경우 성인대비 소아가산,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을 통해 전공의 공백을 메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