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전공의, 총론 '공감' 각론 '이견'
소아청소년과 붕괴 시각, "보상체계 압축 수가 개편" vs "국민 합의 필요"
2023.02.09 12:21 댓글쓰기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약 16%에 그쳤다. 이 같은 소아청소년과 붕괴 사태 원인과 해법에 대해 교수와 전공의·전임의들은 다소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충호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교실 주임교수가 8일 ‘소아의료체계 혁신과 위기 탈출’ 포럼에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이같이 조사됐다. 


서울의대 건강사회개발원은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각각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들은 대부분 ‘어린이를 돌보는 것이 좋아서’, ‘소아 학문이 좋아서’ 소아청소년과와 소아 진료를 택한 것은 공통점이었다.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소아 입원치료 중단,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의 소아 응급진료 중단 등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교수, 전공의·전임의 모두 ‘저수가’를 주된 원인으로 봤지만 그 비율은 달랐다. 


서울의대 교수 응답자 중 45.5%는 저수가가 일련 사태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저출산 심화 현상’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39.4%를 차지했다.  


반면 전공의·전임의들은 압도적 비율인 무려 81.8%가 저수가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는 18.2%의 응답자가 ‘고위험 의료에 대한 안전망 부재’를 원인으로 생각했다. 


저수가 다음 해결 사안, 교수 '저출산' 전공의 '안전망' 


이 때문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서울의대 교수들과 전공의·전임의 대부분(각각 81.8%)이 저수가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 해결 대상으로 교수들은 저출산 현상(9.1%)을, 전공의들은 안전망(18.2%)을 꼽았다. 


서울의대 건강사회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소아청소년 의료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다빈도 진료·저수가를 기반으로 설계된 국민건강보험제도가 만성 저출생으로 소아 분야부터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개발원은 막대한 재정 수요와 국민 합의가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현재 어떤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이 역시 교수들과 전공의·전임의들 입장이 나뉘었다.


교수들은 보상체계 개편 범위를 좁히는 방식이, 전공의·전임의들은 국민 합의를 이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봤다. 

자료출처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개발원 
교수들은 ▲필수의료 중심 보상체계 개편 51.5% ▲소아 분야 우선적 보상 33.3% ▲한국형 적정 진료모델 개발 15.2% 등의 견해를 내놨다. 


반면 전공의·전임의들은 ▲적정 수가를 위한 의료보험료 인상 등 대국민 설득 36.4% ▲필수의료 중심 보상체계 개편 27.3% ▲한국형 적정 진료모델 개발 18.2%, 소아 분야 우선적 보상 18.2% 등으로 응답했다.  


소아의료수가 현실화 중요, 해외인력 수입은 글쎄  


소아청소년과학계에 따르면 소아 전공의, 전임의 지원 미달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후학이 없어 학문 자체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된 대책의 우선순위를 매긴 결과, 교수와 전공의·전임의 대부분이 ‘소아의료수가 현실화’를 1순위로 지목했다. 

 

반면 앞서 학계 등에서 제기한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은 중간 정도 선호도를 보였으며, ‘해외 의료인력 수입 활성화’는 가장 낮은 고려 대상이었다.  


제한된 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투자한다면, 자원 집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 또한 교수들과 전공의·전임의는 다르게 보고 있었다.


교수들은 산과·소아 분야 등 저출산 취약분야를 1순위로 꼽은 경우가 많았고, 응급·중환자 영역이 2순위였다. 


전공의·전임의 "필수의료 전담부처 신설 시급"

 

반면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응급·중환자분야 자원 집중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과·소아 등 저출산 취약 분야는 그 다음이었다. 


이들의 모든 우선 순위가 같은 것도 있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에 대해, 필수의료 전담부처를 신설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어 ‘정례적 의·정협의체 운영’이 뒤를 이었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대부분 응답자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해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 시점 획기적인 국가 지원처럼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 않고 점진적 변화만 추구한다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상황은 악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규모가 큰 어린이병원 뿐 아니라 중소 어린이병원, 수련병원까지 포함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병원 전공의는 “당장 눈 앞 전공의가 부족해 입원전담전문의 등의 방법으로 공백을 메우려 급급한 측면이 있다”며 “인력 충원도 필요하지만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면 힘들더라도 수행해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충호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주임교수는 “전공의들이 교수보다 더 강하게 의료체계 개편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하며 “아이들에 대한 소명, 갈망이 고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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