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에 대해 이례적으로 학회 수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가 22일 이촌동회관에서 개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에 이정민 대학영상의학회장과 이근영 대한산부인과학회장이 참석, 의학계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영상의학회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진단기기 사용 자체 안전성만 평가한 점, 한의학에서 진단기기 사용 시 기준이 다른 점, 면허기준에 포함된 행위냐는 점이다 .
이정민 대한영상의학회장은 "법원은 단순히 초음파 사용 시 위해(危害)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기기 자체 위험성만으로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음파로 보이는 소견은 특정 질환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초음파 시행으로 감별 질환 리스트가 나오면 피검사 등 다른 검사들을 실시해서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오진 가능성을 낮춘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은 "초음파는 영상의학 영역에서도 최고 난이도 높은 검사법"이라며 "게다가 초음파가 어떻게 한의학적 근거에 맞게 적용되는지 한의학계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초음파 사용 진단 및 검사 과정은 근본적으로 한의사 면허범위 밖 의료행위이며 초음파 검사만으로 환자 질환을 추정, 확진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을 높여 국민 건강을 해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의료법에 한의사 초음파 사용 금지 조항이 없어 써도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 의사가 쓰는 장비로 여겨 금지 조항을 안 만든 것 뿐이며, 이번 기회에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근영 "법 많이 알아도 변호사 자격 없으면 판검사 못하는 이치랑 같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한의사가 무려 68회에 걸쳐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피해를 입힌 것은 오진이자 환자에 위해(危害)를 입힌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근영 회장은 "자동차에 대해 많이 배워도 운전면허가 없으면 운전할 수 없고, 아무리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해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변호하거나 판검사 역할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환자뿐만 아니라 A한의사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난소낭종 등을 치료한 사례를 공개하며 사례마다 그 증거로 초음파 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대법원은 '현대의학적 진단'이 아닌 '기체혈어 자궁증'이란 한방질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봤다"며 "초음파는 보조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의 주심 판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새 판사가 해당 사안에 대해 이해하고 제대로 재판하도록 1인 시위 등에 나설 방침이다.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서울중앙지법의 주심 판사는 확정됐지만, 아직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여러 법률가의 의견을 모아 재판부의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도 "의협은 한의사 초음파 사용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 의료 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