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vs 산업계, 재진 비대면 진료 '신경전'
의협 "초진 비대면 진료 불허 원칙 확고, 환자 오진 책임은 의사 몫"
2023.03.21 11:51 댓글쓰기

의료계의 비대면 진료 '초진 불가·재진 허용' 원칙에 대해 산업계가 초진 제외 시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경보까지 하향 조정되면 국내서는 비대면 진료를 할 법적 근거도 사라진다.


이에 정부는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비대면 진료 법제화 추진에 적극적이지만, 의료계는 플랫폼 중심 의료 체계로의 전환 및 안전성 불충분을 이유로 거리를 두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산업계가 초진 진료 허용 관련 성명서를 국회는 물론 청와대까지 제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이연 대변인은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입장을 내긴 했지만,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보조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외에 초진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편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질의 진료를 받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물리적 거리 탓에 의사를 만나기 힘든 경우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의료 접근성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초진 비대면 진료는 허용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오진 책임을 오롯이 의사가 진다는 점에서 도입 불가"라고 강조했다.


앞서 의료정책연구소는 '비대면 진료 초진 불가 사유'를 밝힌 바 있다. 먼저 비대면 진료의 초진은 기본진찰법 중 촉진과 타진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시진과 제한적 청진, 문진으로 이뤄진다. 


확진을 위해 혈액검사·영상검사·기능검사 등이 필요한데, 이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진 위험성이 높아 환자 건강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연구소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현황과 실적' 자료를 근거로 비대면 진료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 데이터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어렵다는 게 의료정책연구소 주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올해 1월 31일까지 1073일 동안 2만5967개 의료기관에서 환자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환자 본인 확인조차 어려운 전화 비대면 진료가 많고, 이용 횟수를 단순히 계산해 제시한 것으로 평가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봉식 소장은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은 마치 진술만으로 피의자의 범죄를 확정하는 것과 같다"며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환자 건강의 위험은 온전히 의사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건강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을 책임도 없는 플랫폼 업체들의 요구로 인해 양보할 수는 없고, 비대면 진료 안전성 검증을 위한 보다 정밀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하향, 비대면 진료 활용 법적 근거 사라져"


이 같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복지부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한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제3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필수의료 활성화보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더 관심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르면 한 달 뒤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내려갈 수 있고, 이 경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쉽게 말해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민건강 증진과 함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육성이란 과제도 짊어진 복지부는 늦어도 6월까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마쳐 입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여러 차례 의사협회에 의정 의료현안협의체 재가동을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의협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대정원 확대 등과 같은 민감한 이슈는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게다가 오는 3월 23일 국회에서 간호법 및 의사 면허취소법 처리 여부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 운영 여부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의협 관계자는 "우리는 필수의료 활성화가 중요한 이슈이기에 참여했는데,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에 더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고 불편한 심기를 피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논의하기 힘들고, 만약 정부가 의료계가 배제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법제화를 추진한다면 우리도 투쟁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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