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설립을 두고 4개 시군이 유치전을 벌이는 가운데, 기존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들이 지난해에도 심각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혁신형 공공의료원 모델 개발을 통해 동북부권 공공의료원을 성공적으로 설립하겠다 약속했으나, 공공의료원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 회복 없이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경기도의회 박재용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이 지난해 외래 환자 수가 전년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며 463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병원별로는 수원병원 114억8800만원, 안성병원 96억8100만원, 포천병원 81억2000만원, 파주병원 72억9200만원, 의정부병원 70억8300만원, 이천병원 27억5200만이었다.
이 같은 적자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아직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당뇨나 만성질환자 비율이 높았던 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이후 많은 환자가 의료원 방문을 줄였고, 현재까지도 외래 환자 수를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
박 의원은 "문제 원인을 코로나19 여파 등 외부적인 원인으로 치부하지 말고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강력한 경영혁신을 이뤄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경기도의료원 측은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질(質) 높은 외래진료를 위해 의료진이 협력하고 병원실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자구책을 펴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공공의료원, 적자‧예타 탈락…경기도지사 "혁신형 공공의료원 모델 개발로 극복"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강한 의지에 힘입어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북부 지역의 종합적인 의료체계 개선을 추진한다"며 "최우선 과제는 공공의료원 설립"이라고 밝혔다.
경기 동북부는 전국에서도 대표적인 의료취약지이자 고령화 지역으로 알려져 의료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김 지사는 "5월까지 객관적인 부지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올해 3~4분기까지 부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예정대로 지난 5월말 부지 평가지표를 확정했으며, 현재 양주시, 동두천시, 남양주시, 가평군 등이 적극적인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최종 부지 선정을 9월말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국 의료원이 코로나19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는 동시에 타 지역에서 추진 중인 공공의료원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고 있어 동북부권 공공의료원 설립에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5회 본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뤄졌다.
경기도의회 김미리 의원(개혁신당)은 이날 대집행부질문에서 "경기 동북부 공공의료원은 2026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을 계획인데,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인해 심사 단계부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지사는 "혁신형 공공병원 모델 개발을 통해 경기 동북부 지역에 공공의료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예비타당성조사 또한 차질 없이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지난 2월 동북부 공공의료원 설립 계획을 발표 당시에도 '혁신형 공공의료원'을 거듭 강조하며 "공공의료원의 서비스 질(質) 문제나 상급병원과 연계가 미흡해 주민들이 공공의료원 이용을 덜 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고 진단하고 "민간병원의 운영 기법과 클라우드 기반 전산시스템 도입 등 경영 효율성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경기도는 기존 공공의료원의 감염병 위기 대응과 호스피스 등 미충족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돌봄, 예방의료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