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장이식 환자의 피 한 방울로 이식 거부반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최소침습적이면서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고민감도 기술로 이식 거부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신·췌장이식외과 신성 교수팀은 "표면강화 라만분광법이라는 바이오마커 검출법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반 판별 기술을 이용해 신장이식 환자의 혈청에서 이식 거부반응을 조기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신장이식 거부반응은 항체 및 T세포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통상적으로 신장이식 수술이 끝나면 이런 거부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에게 16~18게이지(직경 약 1.5mm, 길이 9~12cm) 바늘로 생검을 하고 조직염색 화학분석을 시행한다. 이후 신장이식 병리 분류를 위한 고급시스템 '밴프(Banff)'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밴프 분류는 형태 및 분자적 소견을 통합해 신장이식 생검에 대한 진단을 표준화 및 이식 병리의 정확한 평가를 돕는다. 하지만 침습적이다 보니 반복 검사가 힘들고 출혈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 역시 높다.
또 환자 상태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혈액을 채취하고 크레아티닌이나 혈액요소질소 등으로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데, 이 역시 거부반응 등으로 신장 손상이 진행되고 기능이 감소한 상태에서는 고민감도 조기진단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 연구팀은 '표면강화 라만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이하 SERS)'을 이용하면 낮은 농도 분석 물질도 금속 물질의 국부적 표면 플라즈몬 공명(LSPR) 모드로 감도를 높임으로써 검출이 가능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김준기 교수팀이 자체 제작한 금-산화아연(Au-ZnO) 나노입자 기반 SERS는 이미 동맥경화와 암 진단 실험에서 높은 신뢰성과 감도를 입증했다.
이런 고감도 진단 결과는 여러 나노 바이오마커가 생성하는 스펙트럼 패턴을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신장이식 거부반응이 밴프 분류의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진단해야 하는 질환이며, 혈청 내 다양한 바이오마커가 만들어내는 라만 패턴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면 거부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신·췌장이식외과 신성 교수팀은 신장이식 환자 거부반응 예후 분석을 통해 △이식 거부반응이 없는 군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군 △T세포 매개성 거부반응군으로 환자 샘플을 분류했다.
신장이식 후 장기 손상 및 기능 평가를 통해서는 라만신호의 판별 분석 과정에 대한 유효한 근거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신장 손상에 따른 라만신호의 진단 정확성에 대한 기여도를 판단했다.
이에 따라 SERS 및 인공지능 기반의 판별분석한 결과, 각 거부반응에 대한 판별 정확도는 인공지능 분석 알고리즘인 선형 판별분석(PC-LDA)과 부분 최소제곱 판별분석(PC-PLS-DA)에서 각각 93.53%, 98.82%를 달성했다.
이는 라만 스펙트럼으로부터 주성분 분석(PCA)을 통해 차원 축소로 변수를 줄이고 판별분석을 수행해 얻어진 결과다.
연구팀은 이런 인공지능 기반 분석기술을 통해 두 가지 거부반응이 혼재된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가능하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김준기 교수는 "환자 혈액에는 여러 요인에 의한 바이오마커들이 존재하며 마커 간 비율도 너무나 다양하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제작된 SERS 칩과 인공지능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임상 환자 샘플에서 신장이식 거부반응을 진단할 패턴을 찾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라고 밝혔다.
신성 교수는 “침습이 적은 방식으로 한 방울의 혈청에서 고민감도의 진단이 가능해, 앞으로 추가 연구와 검증 과정들을 거친다면 신장이식 환자들이 간단한 혈액 검사로 거부반응을 진단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