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소아 간모세포종 수술 전 환자의 항암화학치료 강도를 세분화하고 형광색소를 이용해 종양 범위를 확인하는 영상 기술을 도입해 간절제술과 간이식을 시행한 결과, 환자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임호준
·고경남
·김혜리 교수팀과 소아외과 김대연
·남궁정만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종양의학(Cancer Medicine)’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소아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5세 미만 소아에게 발생하는 간암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항암화학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완전 절제를 위해 수술을 시행하지만, 종양이 다발성이거나 이미 전이가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로 종양을 모두 제거하기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은 편이다.
연구팀은 수술이 용이할 것으로 예측되는 소아 간암 환자는 강도가 약한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였으며, 다발성 종양이나 전이가 있는 환자는 높은 강도의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해 수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정상 간세포와 간암 및 간모세포암 세포를 녹색으로 염색시키는 형광 색소인 인도시아닌 그린(Indocyanine Green)을 체내에 주입하고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상 기술을 도입했다. 정상 간세포는 담도를 통해 인도시아닌 그린을 배출하지만, 간암과 간모세포암 세포는 인도시아닌 그린을 배출하지 못해 이틀이 지나도 형광 신호가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형광 영상 시스템은 간 표면과 절제 단면 근처의 종양을 구별해내며 CT나 MRI로 발견하지 못한 간 표면의 작은 종양까지 찾아낼 수 있어 훨씬 정확하고 안전한 간절제술 및 간이식을 가능하게 했다.
간절제술의 경우, 보통 항암화학치료 후 1차적인 간엽절제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간의 양측에 종양이 있다면 전체 간의 60~70% 정도를 먼저 절제한 후, 간이 어느 정도 자라나 기능을 회복하면 남은 종양을 다시 제거하는 다단계 간절제술을 시행했다. 다발성 종양이거나, 종양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종양이 양측 간문부 및 간정맥 모두를 침범하는 등 간절제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는 간이식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총 103명의 소아 간모세포종 환자의 치료 성적을 분석했다. 소아 간모세포종 환자에게 간이식을 시행하기 시작한 2006년을 기준으로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환자군과 2006년부터 2019년까지의 환자군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지난 2006년 이전에 치료받은 소아 간모세포종 환자군 생존율은 58.6%였던 반면 2006년 이후 환자군의 생존율은 90.8%로 나타났다. 진단 시에 이미 전이가 된 4기 환자의 생존율도 85%에 달했다.
특히 간이식을 시행한 19명의 환자들은 100% 생존하는 등 고위험군 환자 성적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간모세포종 연구에서 보고된 생존율보다 10~20% 이상 높은 결과다.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소아 간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환자별 상태에 따른 최적의 치료 방법을 고민하고 시행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와 소아외과 의료진 간의 긴밀한 협진이 치료 성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정만 서울아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고형암팀은 간모세포종뿐만 아니라 신경모세포종, 육종 등 다양한 소아청소년 고형암 환자 치료를 위해 협진하고 있다. 특히 간모세포종은 간이식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한 간이식을 피하고 다단계 간절제술로 치료해 이식을 두려워하는 환자들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