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호출대기제도로 종합병원 의료진은 휴식시간에도 활동범위나 행동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우선적으로 법령을 통해 근로 형태를 정규근로시간 및 대기시간, 호출대기시간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또한 “호출대기는 전문의와 같은 의사직군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간호사나 방사선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의사만의 문제가 아닌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여러 의료인의 문제로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최근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국내 종합병원의 응급시술 대기 제도에 관해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는 주간에 시행되는 일상진료 외에도 야간 및 심야, 주말 및 공휴일에 호출대기(On call/온콜제도)라는 제도를 통해 시간 제한없이 발생하는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도 전담하고 있다.
박창범 교수는 “호출대기제도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경우 제도적으로 정해진 휴식시간임에도 활동범위나 행동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또한 주야간 및 휴일 등 시간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호출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합병원은 365일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장기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러한 호출대기 빈도수는 대형종합병원의 경우 한 달에 최소 전문의 한 명당 7~15일 이상인 경우가 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16 진행한 전국 의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 근무 일수는 연 300.8일, 월 평균 25.1일, 주당 평균 근무시간 50시간으로 같은 시기 한국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인 2113시간보다 길었다.
또한 진료의사 68.5%는 "주 6일을 근무하며 15.4%는 일주일에서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박 교수는 “이런 오랜 호출대기에 노출된 의료진의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일과 휴식 밸런스 붕괴로 인해 삶의 질 저하를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며 “호출대기의 경우 법으로 정한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호출로 인해 근무지로 복귀한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근로기준법은 호출대기에 관해 별다른 규정이 없으며, 전공의 특별법에서 자택대기 당직의 경우 당직일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자택대기 후 수련현장에 도착한 경우에 한해 도착시간부터 수련시간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호출대기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경우 어느 정도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호출 후 근무지에 도착한 이후부터만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면 호출대기에 사용된 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으며 사업자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출대기를 부분적인 근로시간 인정과 같은 방법이나 호출대기는 무노동으로 간주해 임금을 주지 않지만 호출 후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전문의들의 호출대기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하여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한 "전문의가 적은 과의 경우 호출대기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과의 경우 전문의 수를 충분히 늘려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안으로 비교적 작은 지역에 많은 종합병원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는 특정 수 이상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병원에 대해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고, 충분한 전문의를 확보한 병원을 각 지역별로 묶어 지역 종합당직제로 응급진료체계를 변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