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국내 연구팀이 치매의 유력한 원인물질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타우(τ) 단백질’을 분해하는 새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과학연구소 류훈 박사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질환표적연구센터 유권 박사 연구팀이 새로운 치매 원인물질의 분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타우단백질이 기존에 알려진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프로테아좀)보다는 리소좀이나 오토파고좀 같은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에 의해 주로 분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증가율은 연평균 16%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60세 미만에서도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또 다른 치매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Aβ)가 뇌에 축적되는 것을 막거나 분해하는 방식으로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막는 연구가 수십 년간 진행돼 왔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타우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 간 연결 안정화 등의 작용을 하지만 과인산화와 함께 엉킴이 발생해 응집되면 신경세포를 파괴해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타우단백질은 프로테아좀에 의해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응집·분해 과정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치매 초파리와 치매 생쥐 모델 실험에서 메신저RNA(mRNA) 유전자를 조작해 ‘UBE4B’라는 단백질과 ‘STUB1’이라는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면 타우단백질 분해가 촉진되면서 타우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이 감소하고 치매 동물 행동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치매 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해 포유류에서 ‘UBE4B’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CG11070)의 발현을 증가시키자 타우단백질 분해가 촉진돼 치매로 초파리 눈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현상이 크게 완화되고 애벌레 움직임 등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UBE4B와 STUB1 단백질이 과발현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치매 생쥐의 뇌에서도 타우단백질 응집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프로테아좀보다 자가포식 작용이 타우단백질 제거에 더 효과적이란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가포식을 유도하는 UBE4B를 표적으로 한 치매 진단과 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따라 타우단백질 분해 조절인자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유 박사는 “초파리 치매 모델에서 발견한 새로운 타우단백질 분해 기전이 마우스 치매 모델에서도 확인된 연구”라며 “새로운 치매 대응 전략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박사는 “타우단백질 분자가 자가포식 작용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을 규명, 치매 병리현상 예방과 개선의 새로운 길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타우단백질 분해 조절인자 활성에 관여하는 물질 탐색과 타우단백질 분해가 치매 환자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규명 등을 후속 연구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