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담관계 질환 진단 정확도를 높이면서 감염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일회용 디지털 내시경이 지난 해 출시됐지만 신의료기술 장벽에 가로막혀 국내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문종호 교수(대한췌담도학회 섭외이사)는 최근 열린 제2차 대한췌담도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X-ray 사진으로 봐야 하는 기존 내시경과 달리, 병변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치료재료가 개발됐지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해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췌담관계 질환은 ERCP(내시경적 역행적 담췌관조영술)를 통해 진단이 이뤄지고 있다. 십이지장에서 췌담관계로 연결되는 구멍인 유두부를 통해 조영제를 추입하고 X-ray 촬영을 하는 방식이다.
신체 깊숙이 위치해 있고 구조가 복잡한 췌담도관 검사에 적합하지만 눈으로 병변을 보지 못하고 X-ray 사진이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보면서 검사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출시된 ‘스파이글래스 DS’는 병변 부위를 선명한 디지털 이미지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됐다.
신생혈관 등 암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이 나오면 조직 검사를 별도로 하지 않고도 암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담관암, 췌장암은 주로 3~4기에 발견돼 5년 이상 장기생존율이 10% 미만에 불과하다.
쇄석술을 시행할 경우 입원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장점도 있다. 옆구리에 부위에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어 경피경간 담도경으로 쇄석술이 행해지는데, 치료 기간이 2주정도 소요된다.
스파이글래스 DS를 사용하면 1회 내시경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어 환자가 입원때문에 감수해야 할 시간적·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회용 제품이기 때문에 재사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염 우려 역시 적다.
문종호 교수는 "국내 의료 현장에선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스파이글래스 DS를 사용할 수 없다"며 "1회 사용이 330만원으로 고가라는 이유로 신의료기술 신청이 반려된 탓"이라고 전했다.
20년 전 도입된 모자(母子) 내시경이 아직 사용되고 있고 가격도 15만원으로 저렴하지만, 해당 제품은 화질이 낮고 고장이 잦아 국내에선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 제작사는 신의료기술 재신청을 위해 모자내시경이 사장된 기술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종호 교수는 “국내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는 병원은 순천향부천이 유일하다”며 “아직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한 제품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비용은 전혀 청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이 비용 부담을 떠안는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 교수는 “단지 가격이 고가라는 이유로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쓰지 못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혁신적인 기술이 하루빨리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고 급여화 돼야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