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현재까지 10여 년 간 진행되고 있는 당뇨병 적정성 평가의 평가지표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에서 제기됐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7일 제 34차 춘계학술대회 및 제5차 한일당뇨병포럼에서 당뇨병 적정성 평가 항목에 대한 보험-대관위원회 세션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부산대 의대 내과 강아름 교수는 ▲4성분 이상 경구혈당강하제 처방율 지표 제외 ▲분기별 1회 이상 방문환자비율 지표 제외 ▲당뇨병교육 지표 포함 ▲인슐린 처방율 포함 ▲당화혈색소 지표 포함 ▲족부질환검사 지표 포함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강아름 교수는 “최근 혈당강하제 계열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고, 경구혈당강하제를 4성분 사용했을 때 3성분보다 조절이 잘 된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으므로 현실을 반영해 해당 지표를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화혈색소는 당뇨병 진단 기준에도 포함되고, 제2형 당뇨병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에도 들어가는 만큼 이를 결과 지표로 넣어 평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당뇨병 환자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족부질환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한 “국내 환자들의 인슐린 치료 이용률이 낮은 편인데 이는 인슐린 사용에 따른 교육 시간 및 시스템, 인력 확충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인슐린 처방률 및 당뇨병 교육 지표를 포함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회 김종화 이사도 “적정성 평가 후 지질검사가 증가한 것 등은 고무적이지만 당화혈색소 수치 관리 등은 큰 변화가 없어 이 역시 평가에 반영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세종성모내과 이강우 원장은 “치료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 측면이므로 개원가에서 꺼릴 수도 있다. 결과값 자체보다는 환자 처음 상태와 비교한 변화 폭을 반영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고려의대 내과 류혜진 교수도 “당뇨환자 조절률이 국내는 아직 26%에 그쳐 호전이 뚜렷하지는 않다. 결과 지표 반영 등 적정성 평가에 수정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만약 수치를 넣는다면 환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즉, 적정성 평가에 환자 혈당이나 당화혈색소 등의 수치를 반영하면 상태가 좋지 않은 중증환자를 병원에서 일부러 받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그는 “결국 환자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당화혈색소가 9%, 10%가 넘어가는 경우 인슐린 사용 방법에 대해 환자가 잘 알고 치료에 협조해야 효과가 있는데 의료기관이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평원 “환자 교육 지표 반영하려면 수가 책정 먼저 이뤄져야”
적정성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서기현 상근심사위원은 “환자 교육이 적정성 평가에 반영되려면 교육 수가가 있어야 한다. 급여가 먼저 돼야 평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기현 위원은 “환자교육도 일반적인 모든 급여 원칙에 맞아야 한다. 교육에 따른 효과 근거가 충분해야 하는 것”이라며 “환자 교육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충분히 많은 만큼 학회에서 표준화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수가 작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숙경 평가관리부장도 “당화혈색소 수치 등 학회에서 적정성 평가 지표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우리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며 “심평원 또한 같은 맥락에서 평가지표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