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각국에서는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에 관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어떠한 규정도 없습니다. 투석 환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대한투석협회는 9월 3일 오전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신장실 관리 실태와 투석 환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협회는 특히 안전한 투석 치료를 위한 인공신장실 질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신장실이란 신장기능이 만성적으로 문제가 생긴 만성신부전(만성콩팥병) 환자에게 기계가 대신 인공적으로 신장기능을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을 말한다.
신장기능이 떨어지면 각종 노폐물과 과잉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 이 경우 쉽게 피곤하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몸이 가려운 등의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상태가 악화하면 호흡 곤란, 구역 및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해져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준다.
투석은 이러한 노폐물과 과도한 체액을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다. 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석 환자 의료비는 연 3조 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혈액투석기 등 소모품 시장도 1조8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별다른 규정 없이 인공신장실 자체관리 의존
요양병원 50% 이상, 투석전문의 1명도 없어
문제는 투석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김성남 이사장은 "투석은 만성신부전 환자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치료법이나 이를 시행하는 인공신장실 질(質) 관리 기준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독일,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해외 각국에서는 인공신장실을 설립하기 위해 허가제나 인증제를 도입해 질 관리를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각 인공신장실 자체관리에 의존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적절한 기준이 없는 채 인공신장실이 운영될 경우 피해는 환자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회는 인공신장실 인력기준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시설과 장비만큼이나 전문적인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2018년 심평원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공신장실에 근무하는 전체 의사 중 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비율은 75%에 불과하다. 요양병원 50% 이상은 투석전문의사가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최소한 투석에 대한 전문 식견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인공신장실을 운영하게 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시설과 장비 등 물리적인 기준에만 치중할 경우 지금도 심각한 사무장병원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에서 '의료 관련 감염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일환으로 시행 중인 인공신장실 시설 기준안 마련도 감염관리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는 게 협회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투석환자는 고령화와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생존율은 낮기에 인공신장실 질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며 "국민 입장에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그들 보호자 입장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