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그동안
‘최대
’를 비롯해 ‘최고
’, ‘최상
’이란 수식어를 동반해 온 서울아산병원이 이번에는
‘최초
’라는 타이틀 추가를 예고했다
.
국내 민간의료기관 최초로 감염병 전문병동 건립에 나서며 대한민국 의료사에 ‘감염관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 진행되는 행보인 만큼 울림을 더한다.
서울아산병원(원장 이상도)은 내달 감염전문병동 가칭 ‘I동’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뜬다.
‘Infection(감염)’ 단어의 첫 머리글자를 딴 I병동은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해 최신 음압시설과 장비를 갖춘 독립 건물이다.
감염 혹은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응급실 내원 단계부터 입원까지 별도로 구분, 진료 전과정에서 감염 확산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국가지정격리병상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 곳은 평소에 운영하지 않다가 감염병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가동되는 구조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의 ‘I병동’은 평소에도 모든 병동을 격리환자로 채워 운영하면서 유사시 고도 격리가 가능한 시설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최초 시도다.
기존에 6개 고도격리 음압병실을 보유하고 있던 서울아산병원은 ‘I병동’ 건립을 통해 28개 음압병상을 추가, 독립된 건물에 총 34개 병실을 운영하게 된다. 이 역시 국내 최대 규모다.
서울아산병원 송종민 진료지원실장은 “진료과 위주로 병동이 구성돼 있는 만큼 감염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문병동에서는 환자관리와 치료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5년전 메르스 사태 발생 후 감염병 새 패러다임 및 환자안전 제고 차원서 결단
‘I병동’의 태동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르스 사태 당시 서울아산병원은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신종 감염병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감염병 환자 치료는 물론 기존 입원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감염병을 전담할 독립 건물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사실 감염시설은 질병 발생의 불확실성으로 안정적인 환자 확보가 어려워 운영난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시설과 인력 투입 대비 낮은 수가 역시 적자를 면키 어려운 구조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할 경우 적자 규모는 연간 수 십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은 전문가들 사이에 왕왕 회자될 정도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연간 30~6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됐다.
감염병 치료를 위한 음압시설이 워낙 고가이고, 일반환자 대비 3배 이상의 의료인력이 필요하지만 현 건강보험 수가체계로는 보전이 불가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감염병 전문병동을 건립하는 것은 서울아산병원 설립자인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사회적 책임감’에 기인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977년 설립 이듬해부터 정읍, 보성, 보령, 영덕 등 무의촌에 현대적 종합병원을 개원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은 한국에도 세계적인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설립자의 의지로 탄생했고, 30년이 흐른 지금 세계 의료를 선도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감염병 전문병동 역시 故 정주영 회장의 ‘사회적 책무’의 연장선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종혁 기획조정실장은 “아산사회복지재단 설립 이념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것”이라며 “이익과 무관하게 사회적 기여 취지로 병원들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전문병동 역시 설립자의 사회적 기여 의지가 투영된 결과물”이라며 “사회의 새로운 모범이 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착한적자도 감수키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찌보면 국가에서 해야할 일을 민간의료기관이 선도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오히려 시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감염병 전문병동 설립 이후 발생했더라면 서울아산병원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의 발로다.
김성한 감염관리실장은 “I병동은 신종 감염병 팬데믹 상황을 예상하고 설계된 모델”이라며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빨리 온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 사태의 발생 가능성은 농후한 만큼 보다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 및 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