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등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핵심인 자법인 허용 등이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정부와 새누리당 입장과 상반되는 견해다.
법 개정 필요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시행령 개정으로만 정책 추진이 가능 할 시 절차적으로 국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보다 훨씬 수월한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정소홍 변호사는 14일 민주당 의료영리화 저지 TF가 주관하는 의료영리화 정책 진단 토론회 발제문에서 "시행령 개정 만으로는 자법인 설립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행 의료법 49조에는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그 전문적 운영을 위해 임대나 위탁의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즉, 장례식업, 주차장업, 일반음식점업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임대 또는 위탁을 규율하고 부대사업 관련 회계를 별도로 관리할 것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소홍 변호사는 이 규정을 의료기관이 부대사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 등의 방법으로 간접 수행해 일반 영리회사와의 담합·독과점을 예방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투자가 허용되는 자법인이 설립되면 의료법이 취하고 있는 규정과 상충돼 의료법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법인, 영리추구로 법령상 의무 회피
그는 영리를 추구하는 자법인이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의 근간을 흔들 것으로 내다봤다. 현행법에서 의료기관의 법인형태는 비영리법인이다. 수익이 있을 경우 이익배당을 할 수 없고 목적사업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이를 의료법 시행령 제20조는 의료행위로 인한 수익은 물론 부대사업으로 인한 수익조차 영리추구 금지를 규정함으로써 확인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영리추구금지 규정이 시행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이를 삭제하거나 개정함으로써 자법인 설립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인의 경우 의료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단체법적 규율까지 전부 변경시켜야 영리를 위한 자법인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와 같이 공공성을 가진 사립학교와 사회복지재단에 대해 행위를 특정하지 않은 수익사업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의료법인에 대하여는 부대사업을 한정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결국 의료법인 또는 의료를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동시에 제한된 부대사업의 수익은 전부 의료행위를 하는 법인에게 귀속되도록 규율한 것이라고 해석돼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 의료법이 수익 목적의 자법인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보게 되면 의료법인을 통해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보다 더욱 광법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결과가 될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법인)의 본말이 전도될 뿐 아니라 의료법인의 수익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 변호사는 특히 "의료법 개정 없이 정부안대로 부대사업을 확대할 시 설립 허가 취소까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 가능한 것으로 보고 매우 광범위한 부대사업을 예시했다. 바이오 등 연구개발 성과물 응용하는 연구개발 활성화, 의료기기 등 구매나 의료기관 임대 등 구매‧임대, 숙박업 등 의료관광, 의료연관분야, 기타 온천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에서는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법에서 정한 종류의 부대사업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그 외의 부대사업을 할 경우 의료법 51조는 설립 허가 취소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위 체계인 의료법 시행령에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부대사업을 포함한 의료업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서는 그 범위를 휴게음식점영업, 편의점, 은행업, 숙박업, 서점 등 시ㆍ도지사가 의료기관 이용의 편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공고하는 사업으로 정하고 있다.
즉, 정부가 예시하고 있는 부대사업 중 법 개정 없이 가능한 것은 숙박업과 서점 뿐인 셈이다. 그것도 해당 의료법인내에서 개설하고 공중위생에 이바지하며 영리추구를 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 얘기다. 나머지 연구개발, 구매·임대, 의료관광 등의 부대사업을 추진할 경우 설립취소사유까지 될 수 있다.
정 변호사는 “정부에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부대사업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예시한 부대사업은 의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