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집도의 판단에 따라 환자 동의를 받지 않고 시행한 추가 수술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에게 수술 내용과 함께 후유증이나 부작용까지 설명했어야 한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판사 정은영)는 환자 배모씨가 C대학교병원과 신경외과 의사 황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설명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해 환자가 청구한 1000만원 중 500만원을 배상금으로 책정했다.
미국 거주자인 환자 배씨는 지난 2013년 3월 극심한 삼차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해 C대학교병원에 내원했다. 신경과 의료진은 개두술 및 미세혈관감압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수술동의서를 받은 뒤 신경외과로 전과했다.
신경외과 의사 황씨는 삼차신경 도입부에 작은 정맥이 유착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절제한 뒤 그 사이에 테프론을 삽입하는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수술 중 관찰 소견 상 정맥이 삼차신경을 심하게 압박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에 미세혈관감압술만으로는 통증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삼차신경 측하부의 1/4 정도를 절제하는 신경근부분절제술을 추가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환자 동의를 받지 않은 신경근부분절제술은 황씨의 발목을 잡았다.
환자는 “삼차신경통과는 무관한 다른 신경을 제거해 극심한 통증과 안면마비 등 장애를 입었고, 황씨를 비롯한 이 병원 의료진은 신경근부분절제술 가능성과 후유증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수술 과정에 문제는 없다고 봤지만 설명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술 전 개두술 및 미세혈관감압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신경근부분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는 것과 수술 과정에서 감각 저하 등의 합병증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개두술 및 미세혈관감압술에 대한 설명만으로 통상의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미세혈관감압술 시행 전 신경근부분절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설명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다만 “설명의무를 다했더라도 환자가 수술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설명의무 위반과 감각 저하 사이에 상당한 인과과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위자료 500만원만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