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원인 규명에 한 걸음 다가선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조현병 환자 뇌에서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를 뇌영상 촬영을 통해 최초로 밝혀냈다.
이 별아교세포들이 조현병의 병리생리에 관여하며, 특히 전측대상피질에서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화가 큰 환자일수록 조현병 증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반응성 별아교세포들이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현병 연구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PET으로 측정한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와 조현병 환자의 증상 심각도 연관성을 밝혀낸 연구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과거 정신분열병으로도 불렸던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및 행동과 같은 증상을 특징으로 하며, 사회적 기능 장애를 동반하는 대표적인 중증 정신질환이다.
‘별아교세포’는 뇌세포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신경교세포로, 신경세포를 지지하고 노폐물 제거 및 식세포작용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세포들은 뇌 글루타메이트 조절 및 염증 반응에 관여해 조현병과 같은 신경정신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응성 별아교세포’는 별아교세포가 신경전달물질 조절 이상 또는 뇌 염증 반응 등으로 과활성화된 상태를 나타낸다.
연구팀은 기존의 신경염증 또는 글루타메이트 단독 연구들과는 달리 반응성 별아교세포를 직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조현병의 복잡한 병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주목했다.
지금껏 뇌영상 촬영 기법을 활용,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조현병 환자 33명과 건강한 대조군 35명을 대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통해 조현병 환자의 뇌 속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도를 측정·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들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전측대상피질과 좌측 해마에서 더 높은 표준 흡수 값 비율을 보였다. 이는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 조현병 환자에서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화가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전측대상피질은 인지 및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해마는 기억 형성에 필수적인 뇌 영역으로, 이들은 조현병의 신경생물학적 매커니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측대상피질에서의 표준 흡수 값 비율은 조현병 환자의 PANSS 양성 증상 점수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화가 큰 환자일수록 조현병 증상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반응성 별아교세포 활성 증가가 환청 및 망상과 같은 조현병 양성 증상의 심각도와 연관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권준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현병 연구에서 가설로만 제안됐던 신경교세포 기전을 실제로 증명한 중요한 결과”라며 “향후 조현병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IF=13.8)’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