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출시에 맞춰 치매 질병 중증도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학회 전문가들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치매의 질병 중증도인 C등급으로는 환자선별부터 투약은 물론 고도의 부작용 관리까지 치료의 전반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우려에 의해서다.
양동원 치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은 20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오는 7~8월께 국내에서 항체치료제인 레켐비 출시가 예상돼 항체치료제 전반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반 뇌졸중은 질환 중증도를 B로 평가하지만, 혈전 치료 등이 필요한 시급한 뇌졸중은 A로 판단한다. 치매도 치료제 효과를 볼 수 있을 시 A로 상향하는 방안이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레켐비의 경우 투약 조건이 까다로워 무분별한 등급 확대 우려도 적어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레켐비 투약 조건은 ▲아밀로이드-PET CT 양성 ▲MMSE 22~30점 ▲초기 치매환자 ▲ 머리 출혈 및 뇌경색 無 ▲항응고제 복용 X ▲6개월~1년 내 뇌졸중 병력 無 등으로 상당히 까다롭다.
양 이사장은 “100명을 대상으로 환자선별을 하면 25%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마저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인 뇌부종 등으로 중단 인원까지 고려하면 더욱 많아진다”고 내다봤다.
실제 레켐비 투약의 경우 대형병원에서도 실질적으로 100~150명 이상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부작용 관리 등 다양한 관리가 필요한 탓이다.
결국 항체치료제 출시 후 환자선별을 토대로 레켐비 투약이 가능한 환자의 질병군을 상향해 치료 인프라 확대는 물론 급여화 등 후속 작업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양 이사장은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데이터를 모으는 네트워크인 알츠넷(ALZ-NET)과 유사한 시스템을 국내에 구축해 급여화 시 레캠비 투약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수집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처럼 처방기준 엄격하게 적용, 소수 투약부터 시작해 사례 확대해야"
새롭게 치매학회 이사장에 취임하는 최성혜 교수(인하대병원 신경과)는 물론 전임 회장인 윤영철 교수(중앙대병원 신경과)도 동일한 의견을 피력했다.
윤영철 회장은 “레켐비의 경우 처방 비용이 많이들기 때문에 외국처럼 처방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소수 투약부터 시작해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레켐비 1년 약제비는 약 2980만원으로 2주에 한번 간격으로 투여하며, 체중 1kg마다 10mg을 정맥 주사로 투여받게 된다.
최성혜 교수는 중증도 상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상급종병 지정평가에서 중증도 비율이 절대적인 요소임에 따라 중증도가 낮은 치매환자는 병원 입장에서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중증도 상향이 이뤄지지 않을 시, 투약부터 부작용 관리 등은 물론 빈번한 MRI 촬영이 필요한 레켐비 투여자들은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최성혜 교수는 "연구 데이터에서는 대조군 대비 27% 가량 인지 저하를 늦췄다고 보고됐지만, 타우단백질 축적이 소량인 군은 55%까지 지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상급종병이나 진입을 추진하는 병원은 중증도 비율이 중요해 이를 개선치 않으면 치매치료 저변을 확대할 수 없다"며 "중증도를 상향하면 주사실 이용 등 여러 치료환경들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양동원 이사장과 윤영철 교수가 임기를 마쳤고, 신임 이사장으로 최성혜 교수와 김병채 교수(전남대병원 신경과)가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