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희귀난치성 혈액질환인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 효과를 입증, 치료 혜택 확대로 이어졌다. 관련 치료 분야 진일보가 이뤄졌다.
국내 연구진이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인 다니코판(danicopan)의 국제 다기관 3상 연구를 주도해 도출한 성과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5개국에서 임상 연구가 이뤄졌다.
최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장 이종욱 교수가 주도한 신약 다니코판의 연구 결과가 ‘Lancet Haematology'(IF 24.7) 온라인(11월 27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발작성야간혈색뇨증(PNH)은 PIG-A 유전자 변이로 인해 적혈구를 보호하는 단백질 합성의 장애가 초래되며, 인구 100만명당 10~15명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병명처럼 파괴된 혈구세포가 소변과 함께 섞여 나와 콜라색 소변을 보는 특징이 있다.
또 적혈구가 체내 보체 공격을 받아 파괴(용혈)되므로 적혈구수혈이 필요한 중증 빈혈이 발생할 뿐 아니라 혈관 내 용혈로 인한 혈색뇨증 및 신부전, 혈전증, 폐동맥고혈압, 평활근수축(심한 복통) 등의 증상 및 합병증으로 심각한 삶의 질이 저하와 사망에 이르게 된다.
PNH의 치료제는 말단보체억제제(terminal C5 inhibitor)인 에쿨리주맙(eculizumab) 혹은 라불리주맙(ravulizumab)이다. 이는 용혈을 차단해 빈혈 개선, 신부전 및 혈전증을 예방해서 PNH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말단보체억제제 치료를 받는 환자 20%에서는 혈관 외 용혈로 인한 빈혈이 지속돼 삶의 질 척도 저하 및 수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니코판은 경구용 D인자 억제제로서 보체의 상위단계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다니코판 단독요법 2상 연구에도 참여해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고 국제학술지 ‘Blood’ (2021)와 ‘Haematologica’ (2021)에 연구 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을 투여받고 있는 PNH환자들 중 혈관 외 용혈로 인한 빈혈(혈색소 9.5g/dL 이하)이 있는 환자만 참여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5개국 다양한 인종 73명 환자가 등록돼 지속적인 에쿨리주맙 혹은 라불리주맙을 받으면서 다니코판 병용투여군 및 위약군을 2:1로 배정해서 12주간 치료했다.
연구설계 단계에서 계획된 중간분석에서 63명(다니코판 투여군 42명, 위약군 21명)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 1차 유효변수인 혈색소 증가가 다니코판 투여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12주동안 의미 있게 향상됐다.
또 2차 유효변수인 혈색소 2 g/dL이상 증가율, 수혈회피율 (수혈이 불필요한 비율), 삶의 질 척도 개선율, 절대망상 적혈구수 변화 등 모두 다니코판 투여군이 의미 있게 우수했다.
제1저자 및 교신저자인 이 교수는 “다니코판은 보체 상위단계를 차단하는 말단보체억제제(라불리주맙) 치료 중 혈관 외 용혈이 발생한 환자들에게는 빈혈을 개선시키는 유용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라불리주맙은 혈관 내 용혈을 완전히 차단해 줄 수 있으며 다니코판은 일부 환자에게 나타나는 혈관 외 용혈을 개선해 병합요법이 PNH 치료의 진일보된 연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