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현장에 다학제 진료가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최근 의학계 진료지침에도 다학제적 접근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질환에 필요한 검사부터 진단, 수술,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등 모든 과정을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가장 표준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정 전문학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진료지침 패러다임이 각 전문과목 의사들이 참여해 보다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최근에는 2년 전 췌장암에 대한 다학제 진료지침을 발표하며 의학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간담췌외과학회가 ‘간외 담관암 진료지침’을 내놨다.
이번 진료지침은 한국간담췌외과학회를 주축으로 대한췌장담도학회, 대한복부영상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핵의학회 총 7개 학회가 힘을 모았다.
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교수진이 109명에 달하는 만큼 ‘간외 담관암’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대한위암학회도 지난 3월 다학제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선보였다. 전반적인 위암 치료방법은 물론 수술 후 환자 관리까지 모든 진료 과정을 총망라했다.
기존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도 수술, 내시경, 항암전신치료 등 다학제적인 치료법들이 다뤄졌지만, 이번에는 내시경, 영상의학, 핵의학, 병리학적 진단 관련 내용이 보강됐다.
한국형 결장암 다학제 진료지침도 추진 중이다. 해당 지침에서는 영상학적 검사부터 보조항암화학요법, 근치적 절제술까지 다뤄질 예정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최근 ‘2023 결장암 다학제 진료가이드라인 개발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가이드라인 확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결장암 다학제 가이드라인 제정에는 13개 학회에서 37명의 전문가와 40여 명의 자문위원이 참여한다.
다학제 진료지침 열풍은 비단 암(癌) 분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대한재활의학회는 지난 2019년 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함께 심장재활의 공인 임상진료지침을 발간했다.
국내 학회들이 힘을 모아 제정한 첫 심장재활 진료지침으로, 심장재활을 위한 표준화와 활성화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정부기관 주도 다학제 진료지침이 제정되기도 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대한의학회를 위시한 8개 학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최신 근거기반 다학제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했다.
진료지침 제정에는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참여했다.
한 의학계 관계자는 “진료현장에서 시작된 다학제 패러다임이 점차 의학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최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한 의학자들의 의기투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 질환에 대한 단일 학회 차원의 진료지침은 점점 무게감을 잃게 될 것”이라며 “치료 전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학회들의 동행이 빠르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