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반도체만큼 끌어올리기 위해선 25조원 정도 되는 시장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제화와 약물전달기술과 같은 기술 혁신이 중요하다."
한국약제학회 원권연 회장[사진]은 1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년 제제기술 워크숍 및 학술대회에서 국내 제약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제안했다.
전 세계 마켓을 기준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을 합치면 제약바이오 산업 규모와 비슷해진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국부 창출을 위한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와 바이오를 꼽고 있지만, 25조원대 제약바이오 시장에 비해 반도체 산업은 300조원이 넘는다. '넘사벽' 수준 차이는 국제화 부분서 비롯됐다.
원권연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 갭이 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국제화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반도체와 달리 국내 제약바이오는 국제화가 덜 됐다"며 "산업이 국제화되려면 산업계는 물론 학계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약산업 환경에 발맞춰 다양한 연구 분야 상호 연계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연말에 국제학술대회를 연다"며 "학회가 반 발 앞서 최신 신약개발 연구동향 및 기술 등을 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AI·약물전달기술, 고부가가치 창출 기여"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어떤 무기를 장착하고 국제화에 나서야 할까. 원 회장은 인공지능(AI) 및 약물전달기술과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를 제안했다.
원 회장은 "국내 반도체의 경우 더 높은 기술력으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개발은 물론 제조 공정 분야도 발전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도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개발 신약은 36개에 불과하며, 개량신약은 120개 정도"라며 "국내 산업 규모를 고려하면 AI의 적극적인 활용이나 약물전달기술이 고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이중 약물전달기술은 원하는 치료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거나 약물을 목표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능 및 효과는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미약품이 개발한 '랩스커버리'를 들 수 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체내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기술로, 후보물질 30개 중 10여 개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원 회장은 "기존에 있는 약들에 미충족 수요가 있다. 효과가 좋은데 부작용이 높아 개선한다거나 효과를 더 좋게 하고 만들겠다는 등의 니즈(Needs)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들이 약물전달기술을 활용해 복합제를 비롯한 개량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제제기술 워크숍은 성공적인 약물전달기술 개발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대웅테라퓨틱스 김동환 센터장은 펩타이드·단백질 약물전달을 위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의약품 개발 현황과 전략을, 대화제약 추성남 연구소장은 경구용 항암제 제형 개발 전략을 공유한다"며 "우리 학회는 이런 산학 교류 장(場)으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