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점안제 퇴출→건보재정 절감→환자 급증→재정 지출 증가
안과의사회, 건성안 1차 치료제 '급여 재평가' 문제제기…"환자 부담 커진다"
2023.08.07 05:32 댓글쓰기

안과 의사들이 올해 급여 재평가 대상에 오른 '히알루론산(HA) 점안제'가 급여 목록에서 퇴출되거나 일반약 전환 가능성이 대두되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이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은 국내외에서 인정되고 있으며 건성안(안구건조증) 1차 약제로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옵션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저렴한 약가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어준다. 


대한안과의사회는 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건성안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 '건성안팩트시트(Korea Dry Eye Fact Sheet 2023)'를 첫 공개하고, 건성안 약제에 대한 의학전문가 입장을 밝혔다. 


이번 자료는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건강보험공단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국내 건성안 환자 100만 여명을 대상으로 유병률과 약제처방 현황 등을 분석한 것이다.


눈물막의 불안전성 및 안구표면 손상과 염증 등으로 눈물층의 항상성이 상실돼 다양한 안구증상을 동반하는 건성안 유병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건성안 유병률은 2013년 11.4%에서 2021년 17%로 증가했고, 유병인구는 900만명을 넘어섰다. 전 연령대, 성별을 불문하고 유병률이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건성안은 진단 후 새로운 안과 질환이 발견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건성안 진단 1달 이내 백내장은 전체의 82%, 녹내장은 84.4%, 황반변성은 73.8% 진단됐다. 


해당 데이터는 건성안 진단 후 1년까지 추적관찰 결과이며, 추적기간을 최장 9년으로 늘린 경우 건성안 진단 후 1년 이내 백내장은 전체의 54.9%, 녹내장은 65%, 황반변성은 40.9% 진단됐다. 


건성안 약제처방 현황을 보면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약제의 90% 수준을 차지했다. 이어 디쿠아포솔, 카복시메틸셀룰로스, 사이클로스포린,  포비돈 순이다. 


건성안 환자의 연도별 히알루론산 약제 처방 현황을 보면, 1.5% 농도는 2016년 15.9%에서 2021년 43.3%로 증가한 데 비해 1.0% 농도는 2016년 75.1%에서 2021년 41.9%로 감소했다.


1회용 제제는 2016년 61.9%에서 2021년 78.3%로 증가했다. 연령별 히알루론산 점안액 처방현황을 보면 10~40대까지는 처방이 줄거나 변화가 없었지만 50, 60대에선 늘어났다. 


50, 60대 건성안 환자에서 2016년 39.6% 처방됐지만, 2021년 41.9%로 증가했다. 종별 1회용 히알루론산 점안제 처방률의 경우 동네의원은 감소세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증가세를 보였다. 


황덕진 역학위원회 편집장은 "건성안 유병률은 증가 추세고, 인공누액 제제 중 히알루론산 제제가 처방의 80%를 차지하며, 특히 40대 이후 고령층에서 처방 비중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노인환자 증가, 생활환경 변화, 리캡 규제 등 처방 증가 영향"


안과의사회는 이처럼 건성안 치료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1차 약제 히알루론산 점안제에 대한 급여 제외 움직임을 우려했다. 


히알루론산 점안제 급여 퇴출은 단기적으로는 건보 재정 절약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약가 부담 탓에 제때 치료하지 않은 환자가 증가하면 더 많은 의료비 재정 지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성준 부회장[사진 左]은 "정부는 히알루론산 점안제 급여 청구액이 2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지만,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디지털 기기 사용 등 생활습관 변화로 인해 건성안 유병률과 처방 약제 사용은 비례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건성안 진단 시 1차 약제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고, 가격도 싼 히알루론산 점안제를 처방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임상적 유용성보단 사회적 필요나 비용효과성에 더 초점을 두고 재평가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은 "히알루론산 점안제를 비급여로 전환하며 건성안 환자에게 대체약제를 사용해야 한다"며 "디쿠아포솔, 카복시메틸셀룰로스 등 대체약제는 히알루론산과 작용기전이다르며 가격은 2~3배 더 비싸다"고 지적했다. 


또한 히알루론산 점안제 사용량 증가는 정부 시책 탓도 있다. 정부가 점안제 리캡(re-cap) 사용을 규제하면서 점안제 처방량이 더 증가했다는 주장이다. 


이성준 부회장은 "정부가 리캡(re-cap) 점안제 규제를 추진한 이후 사용량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며 "단순히 약을 많이 처방해서 문제라는 식의 접근보단 이 사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혜욱 회장[사진 右]도 "정부는 큰 틀에서 의학적 필요성보다 건보재정 절약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총의료비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히알루론산 점안제 처방률이 줄지 않는 이유도 비용 문제가 크다"며 "특히 노인환자들은 약가 부담을 크게 느끼는데, 히알루론산 약가가 비싸지면 치료 자체를 포기하거나 방치해 병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음주 진행할 첫 자문회의에서 이 같은 임상현장 전문가들 우려와 제안을 잘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내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51개사 427품목이며, 최근 3년 평균 급여 청구금액은 231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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