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연일 최다치를 갱신하고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급증하면서 정부의 병상 확보 행정명령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병원계는 진료현장에 투입할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병상 확보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병상 부족에 대비해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곳에 준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병원은 허가 병상의 1%를 코로나19 준중환자 병상으로 지정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행정명령에 따라 7개 병원에서 총 52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코로나19 4차 유행 들어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앞서 지난 8월 13일 수도권, 9월 10일 비수도권 소재 민간병원에 각각 발동했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된 11월 들어서는 벌써 두 번째 행정명령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수도권 의병원들에 대해 준중환자 치료병상 402개와 중등증 환자 병상 692개를 추가 확보토록 했다.
상급종합병원에도 중환자 병상을 총 254개 추가하도록 예비행정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을 받은 의료기관은 4주 안에 시설 공사를 완료하고, 코로나19 병상 지정을 받아야 한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라 추가되는 준중환자 병상 402개를 포함하면 전국의 중환자·준중환자 병상은 모두 1968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수도권 중증환자 전담병상 가동률은 72.9%로, 전국 평균 58.3%와 비교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의 병상 사용률이 심상찮다. 전체 345개 병상 중 258병상이 차 있어 74.8%의 사용률을 기록 중이다.
정부는 행정명령으로 병상을 확충하면 상태가 호전된 중환자들을 준중환자실로 보내는 등 효율화 작업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잇단 병상 확보 행정명령에 일선 병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병상 제공은 얼마든지 할 용의가 있지만 그에 따른 장비나 인력에 대한 대책 없이 무조건 병상만 내놓으라는 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종합병원 원장은 “불가피한 행정명령은 이해되나 병상을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 병원에서는 일반병상과의 공간 분리, 공조방식 등 여러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200~300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은 ‘중증도 병상의 간호인력기준’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병상만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방역당국이 병원들의 무조건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에 대해서는 사용시 평소 병상단가의 10배, 미사용시 5배 손실보상이 이뤄진다. 병상이 비어 있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환자 진료시 야간간호료 수가 3배가 적용되고, 전담치료병상의 음압격리관리료 역시 한시적으로 100% 인상, 지원 중이다.
인력의 경우 일부 지원은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병원 자체적인 인력수급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간호인력 지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결국 환자를 보는 것은 의료진”이라며 “병원에 인력이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담병상만 확보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