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공공의대 및 공공병원 신설 등 현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 공공성 강화 정책이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큰 변화없이 기조를 이어받을 전망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9일 대한비뇨의학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한 2022 통합학술대회에서 ‘국가보건의료정책과 비뇨의학과’를 주제로 발표하며 “정권이 교체되는 과도기에서 현재 인수위원회가 여러 사항을 검토 중인데 보건의료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정책관은 “국내 보건의료 체계는 보장성은 꾸준히 강화되고 있지만 국민 체감은 낮고, 의료 이용률은 높지만 지나친 쏠림 현장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정부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공공병원을 새로 짓기보다 민간병원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며 “시장규제에서도 자율성을 보다 인정하지만 보건의료 쪽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역에 필수의료인력을 배치하는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의대 설립도 재개될 예정이다.
그는 “필수의료만이라도 지역이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병원 육성과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지 않고 의대 교육을 마친 지역에서 수련과 근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수련비용을 지원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신규 배정 전공의의 수도권 및 지방비율 조정은 지난 9.4 의정합의에 따라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의료계 입장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국가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성을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의료계 지적을 인식하지만 환자나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복지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위기 비뇨의학과, 만관제 질환군 포함 검토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비뇨의학과 위기 극복을 위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질환군 포함, 전공의 3년제 전환, 수술 가산료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영구 대한비뇨의학회 부회장은 “비뇨의학과는 10년 이상 전공의 기피과로 전락하며 전공의가 아예 없는 병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지만 지원책이 전무하다”며 “비뇨의학과는 복부수술이 포함돼 외과와 비슷한 응급상황이 많기 때문에 수가에 30% 가산이 붙는 외과 수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련기간을 단축한 내과, 외과, 소청과 등은 전공의 인력이 감소한 만큼 입원전담의나 응급실당직촉탁의 등을 고용해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인력을 구하는 것 역시 빅5병원은 쉽겠지만 나머지 병원은 여의치 않다”며 “종병 이상에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등 지원책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창준 정책관은 “수술 가산료의 경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아 전반적 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지뇨의학과 지원은 필수의료협의체에서 필요한 사안 제시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여기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재 내‧외과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전공의가 부족한 소청과나 비뇨의학과도 도입과 그에 필요한 적정 수가를 고려해보겠다”며 “하지만 인건비를 지원해줘도 인력이 확보될 수 있을지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도 시범사업 대상 질환군에 비뇨의학과 질환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이창준 정책관은 “만관제는 벌써 시범사업만 10년 가까이 진행하고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있는데 사실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비뇨의학 질환이 대상질환군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비뇨의학 질병이 증가하는 만큼 본사업에는 포함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향후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 필수의료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필수의료가 훼손되지 않고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의료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학회가 제시하는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