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재직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젊은 의사들의 힘든 진료과 기피 현상 심화에 따른 인력부족이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보건의료노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A씨는 지난 7월 24일 새벽 근무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후 병원은 CT 검사를 통해 A씨 뇌혈관이 터진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색전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당시 A씨에게 필요했던 수술은 ‘뇌동맥류결찰술(Aneurysm clipping)’로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를 드러내는 개두술 후 파열 위험이 있는 뇌동맥류 경부를 결찰, 뇌출혈 발생을 예방하는 고난이도 술기였다.
국내 최대 규모이고 최고 수준인 서울아산병원에서 해당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신경외과 교수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공교롭게도 이들 의사 두 명은 수술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한 분은 해외 학술대회에 참석 중이었고, 다른 한 분은 개인적인 일로 잠시 지방에 내려가 빠른 시간 안에(골든타임) 병원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병원에 신경외과 의사가 있었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였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결국 가장 빠른 방법을 찾다가 응급실에서 서울대병원에 연락한 것 같다”며 “3시간 만에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수술을 시작했지만 결국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송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너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의사들 대다수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난이도 수술 많은 뇌(腦) 분야는 대학병원도 의료진 부족"
이 사건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기피과 심화 현상과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뇌 분야는 신경외과 중에서도 상당한 고난이도 수술이 많고 업무 강도 역시 쎄다 보니, 전공의 기피현상이 고착화돼 서울 소재 대형병원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국내 최대인 우리 병원도 개두술을 통해 혈관을 잡을 수 있는 의사가 단 두명 뿐인데 지방 상황은 어떻겠냐”며 “2006년 이후로 의사 정원은 동결됐는데 신경외과 이 분야는 힘들고 어렵다 보니 결국 인력난이 심화됐고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대병원 신경외과 B 교수는 “요즘은 신경외과를 전공해도 응급이 없고 편한 척추나 관절 분야로 많이 가지 어렵고 힘든 뇌 분야는 기피하는 추세”라며 “양극화 현상은 젊은의사들 사이에서 분명하게 나타나 앞으로 이러한 인력 공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 병원에 신경외과 의사가 10명 이상 있어도 혈관기형, 뇌종양 등 모두 분야가 나뉘기 때문에 큰 병원이라도 뇌동맥류결찰술을 진행할 수 있는 의사는 2~3명 수준일 수 있다”며 “뇌동맥류결찰술은 어느 정도 트레이닝이 필요한 수술로 질환에 접근하기 전에 터지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되는 등 고도의 수술이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만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아산에서 서울대병원까지 환자가 3시간 안에 갔으면 그리 늦지 않은 수준인데 사망한 것을 보면 처음에 심하게 터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아산병원에서 수술했어도 좋은 예후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어 “혈관 기형이 있으면 지병 유무와 무관하게 10대나 20대 등 젊은 사람도 뇌혈관이 많이 터진다”면서 “환자의 혈관 벽이 약해 부풀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선천적인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