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환자의학계가 “코로나19 치명률이 감소했다고 발표되는 동안 월(月) 2000명 이상의 중환자가 초과사망한 데이터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루 70여 명의 코로나19 비감염 중환자가 시설과 인력이 없어 사망했다는 것은 국내 중환자의료체계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시사한다는 분석 결과여서 다소 충격적이다.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서정숙 의원(국민의 힘)이 주최하고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주관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코로나19 유행 동안 방역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코로나19 환자에도 의료 붕괴 직전에 달하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여러번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밤마다 줄어드는 중환자실 수를 지켜보면서 조마조마했던 상황을 기억하느냐”며 “이번 코로나19는 어떻게 넘기더라도 이제 더 이상 운과 일부 의료인의 열정·헌신에 중환자들 운명을 맡겨선 안 된다”고 중환자진료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 3년 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환자 진료가 얼마나 실패했는지는 김영삼 중환자의학회 연구이사(연세의대 교수)가 수행한 ‘코로나19 초과 사망과 중환자실 이용 연구’ 결과에 나타났다.
이날 김영삼 이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월별 초과사망 분석 결과, 델타·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지난해 10월부터 월 2000명 이상 초과사망이 관찰됐다.
코로나19 첫 발생부터 금년 5월까지 예측된 초과사망자 4만7516명 중 49.2%(2만2356명)가 비감염자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중환자실 접근성 감소가 '초과사망' 야기
특히 대 유행 시기였던 2020년과 지난해 2년 간 월별 중환자실 이용 건수를 함께 보면 초과사망 원인이 더 잘 드러난다.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위한 병상 동원 직후 및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전후,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평균 중환자실 이용에 비해 전체적으로 최대 9.1%, 구체적으로는 ▲상급종합병원 3.5% ▲종합병원 12.6% 까지 중환자실 이용이 줄었다.
김 이사는 “이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인데, 중환자실 이용에 대한 접근성이 감소하면서 초과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자원 배분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절대적 병상은 부족하지 않았지만 병상 전환이 잘 안 됐다”며 “코로나19 환자 중증도가 아닌 선착순으로 중환자 병상이 임의 배정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은 인력이 많은 업무를 수행하며 숙련된 간호인력이 사직·휴직하고, 인력 공백 해소를 위해 중환자 치료경험이 없는 전문의를 배치한 것도 중환자 사망 증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중환자의료체계 과감한 투자 필요···“준중환자실 입원료 수가 신설”
이에 중환자의료체계 인프라도 과거 응급의료체계처럼 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홍석경 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중환자의료체계도 행위별수가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환자전담전문의 관리료 기준을 개정하고, 특히 준중환자실 입원료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의료계 인사들은 이러한 공백을 해소할 대안 중 ‘준중환자실’ 확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중요한 체계대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력 수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중환자실을 강제로 강화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준중환자실 제도 활성화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도 “인력이 많이 투입되면 사실 제일 좋겠지만 병원은 병원대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중환자실을 마냥 늘리기도 어렵기에 현실적으로는 병원 준중환자실 활성화가 적절해 보인다”고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정부 측도 공감했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체계 내에서 준중환자실 시스템이 제도화돼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유행 동안 준중환자실이 효과적이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충분히 제도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