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정상세포로 회복시키는 원리가 최초로 규명됐다.
카이스트(총장 이광형)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암 가역화(cancer reversion)' 근본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 암 치료에 한계가 있는 이유는 모든 치료방식이 암세포 사멸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결국 암세포의 내성 획득으로 암이 재발하고 정상세포가 사멸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에 암세포를 특정한 상황에서 정상세포 또는 정상과 유사한 세포로 돌리는 가역화 현상에 기반한 새로운 항암치료기술이 주목받은 바 있지만, 실제 개발은 시도되지 않던 실정이다.
암가역화 우연 아니고 진화 과정서 축적된 분자회로 중복성 열쇠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정상세포가 외부 자극에 부합하는 세포반응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암세포는 외부자극을 무시한 채 통제 불능의 세포분열 반응만을 일으킨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특정 조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왜곡된 입출력 관계는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가역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팀은 분자세포실험을 통해 이 같은 입출력 관계 회복이 실제 암세포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왜곡된 입출력 관계가 정상세포의 정상적인 입출력 관계로 회복될 수 있는 이유는 생명체의 오랜 진화과정에서 획득된 세포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견실성(robustness)과 중복성(redundancy)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견은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가역화되는 현상이 '우연한 것'이 아니며, 암세포 가역화를 유도할 수 있는 타깃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조절하는 혁신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조광현 교수는 "현행 항암치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암 가역치료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함으로써 암 환자 예후와 삶의 질을 모두 증진시킬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의 성과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앞서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암세포 가역치료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고 2020년 1월 대장암세포를 정상 대장세포로 되돌리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에는 가장 악성인 유방암세포를 호르몬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세포로 리프로그래밍하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전이 능력을 획득한 폐암세포를 전이 능력이 제거되고 약물 반응성이 증진된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가역화 연구에 성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