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PPVI/PPVR) 100례를 달성하며 폐동맥 판막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은 가슴 절개를 하지 않고 대퇴정맥을 통해 인공 판막을 넣어 폐동맥 협착이나 역류를 개선하는 최소 침습 치료법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심장센터 김기범·이상윤 교수팀은 최근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 100례를 달성했다. 폐동맥 역류 환자에게 첫 시술을 한 이후 약 6년 10개월 만의 성과다.
심장은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로 구성돼 각 부분 사이에 혈액이 역류되지 않도록 돕는 4개의 판막(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삼천판막, 승모판막)이 있다.
이중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에 있는 ‘폐동맥판막’은 우심실이 폐로 혈액을 뿜어낸 이후 혈액이 우심실로 돌아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데 이상이 생기는 게 폐동맥판막 질환이다.
선천 심장병으로 출생 후 비교적 이른 영아기부터 폐동맥판막 질환 수술을 받기 시작한 환자는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상태에 따라 4~5차례 반복적인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인해 여러 후유증을 앓게 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팔로사징(Tetralogy of Fallot)과 같이 선천적 우심실 유출로 기형이 발생해 폐동맥판막 성형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판막 기능 저하로 역류가 생긴다.
특히 우심실이 늘어나거나 판막이 좁아져 심한 협착이 발생해 심부전까지 진행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은 가슴을 열고 심장을 세운 뒤 폐동맥판막을 교체하는 개흉·개심수술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재수술의 경우 통증 및 후유증이 큰 데다 재수술 횟수가 많아질수록 합병증 위험이 커져 수술을 대체할 치료법 개발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이에 소아심장센터팀은 폐동맥 역류가 있는 환자에게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치료법은 수술을 하지 않고 경피적으로 인공 판막을 삽입해 좁아진 판막을 확장시킴으로써 폐동맥 협착 또는 역류를 개선하는 시술이다.
서울대병원은 2016년 2월 태웅메디컬과 공동 개발한 Pulsta 판막 삽입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는 미국 메드트로닉 Melody 판막 삽입을 추가적으로 시행했다.
그 결과, 약 6년 10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아시아 최초로 100례를 달성했다. 특히 현재까지 소아심장센터에서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 환자 75%는 Pulsta 판막을 삽입 받았는데, 초기 시술 환자 10명은 6년이 경과했어도 초기와 같은 판막 기능을 유지했다.
서울대병원과 태웅메디컬이 공동 개발한 Pulsta 판막은 현재 10개국, 23개 센터에서 시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 CE 인증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다.
김기범 교수는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은 반복적인 재수술과 합병증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흉터가 거의 없고 합병증 위험이 적으며, 입원 기간이 짧아 빠른 회복을 통해 환자의 더 나은 삶의 질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