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장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병원 데이터를 개방시키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학계에서는 데이터 개방을 대가로 한 병원별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뇌과학 R&D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렸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현재 진행 중인 치매 연구개발 지원 사업 중 서남권 치매 코호트 구축 사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사업을 데이터를 모으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데,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진단 등에서 국민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경과 의사들은 "데이터의 ‘디테일(상세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동원 치매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빅데이터라고 해도 디테일한 정보가 없으면 다 쓰레기다”며 “현장에서는 가진 데이터를 바로 쓰지 못한다. 진단 눈높이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빅데이터를 궁극적으로 임상에 활용되도록 하려면 공통의 프로토콜을 만들고 데이터를 개방해 분석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방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환자 임상데이터는 상당히 활용 전망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문제는 현재 병원들이 쌓아둔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상윤 서울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나오는 각종 자료를 쉽게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에서 주도해 마련해야 한다”며 “병원들의 이러한 행태를 두고 의료정보를 가진 자의 갑질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병원 데이터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임상데이터를 활발히 이용하고 기업이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장 의사들은 이를 공감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병원”이라며 “돈을 꽉 쥐고서 이를 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센티브나 점수 등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창윤 실장 "병원과 데이터 개방 논의 쉽지 않은 실정"
이창윤 과기부 실장은 “임상 과정을 통해 나오는 데이터를 하나의 연구성과로 보기는 쉽지 않지만 병원들이 내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며 “정말 개인정보 문제 때문인지, 정보를 소유하기 위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한양대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임상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다는 병원을 가봐도 데이터 개방 논의는 쉽지 않다”며 “활용 가치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 데이터를 얼마나 갖고 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데이터 활용 컨소시엄 구성을 구상하고 있는 정부는 병원들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병원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주면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