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이 진행되면 폐와 가슴뼈 사이 공간인 종격동 림프절로 침범할 수 있는데, 한 곳에만 침범하면 여러 곳에 침범한 경우보다 5년 생존율이 약 15%P 높다는 사실을 국내 의료진이 밝혀냈다.
국제폐암연구협회(IASLC)가 종격동 림프절 침범 개수에 따라 폐암 병기를 구분해 새롭게 발표한 폐암 병기 결정 시스템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임상에서 검증한 연구 결과로, 향후 전 세계 폐암 치료 방향 수립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재광 교수·김인하 전문의팀은 폐암 수술을 받은 환자 6600여 명을 대상으로 국제폐암연구협회가 최근 발표한 9차 병기 시스템을 적용해 림프절 침범 정도에 따른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 기존 폐암 병기 시스템은 종격동 림프절로 폐암이 침범하면 개수와 상관없이 같은 단계로 판단해 종양 크기, 다른 장기로 전이 여부 등에 따라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했다.
그러나 근래 종격동 림프절 침범 개수에 따라서도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는 여러 연구가 발표됐고, 국제폐암연구협회는 이를 반영해 림프절 침범 위치와 더불어 처음으로 침범 개수에 따른 병기를 추가한 9차 병기 시스템 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림프절 침범이 없는 경우(N0), 기관지 주위 림프절 혹은 폐문부 림프절로 침범한 경우(N1)는 기존대로 유지하고 폐암이 종격동 림프절로 침범한 경우를 단일 침범(N2a), 복수 침범(N2b)으로 분류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개정된 병기 시스템과 실제 임상에서 생존율과의 관련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6649명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5년 생존율이 림프절 침범이 없는 경우(4957명)는 85.4%, 기관지 주위 림프절 혹은 폐문부 림프절로 침범한 경우(744명)는 66.2%, 종격동 림프절 단일 침범의 경우(567명)는 53.7%, 종격동 림프절 복수 침범의 경우(381명)는 39.4%였다.
종격동 림프절로 단일 침범한 경우가 복수 침범한 경우보다 5년 생존율이 약 15%P 높은 셈이다.
무재발 5년 생존율도 각각 72.4%, 42.7%, 33.2%, 19.1%로 나타나 폐암이 종격동 림프절로 단일 혹은 복수 침범한 여부에 따라 생존율과 무재발 생존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차이났다.
폐암 종격동 림프절 복수 침범의 5년 생존율 위험비(HR)도 단일 침범 대비 1.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격동 림프절 복수 침범이 단일 침범에 비해 5년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이 1.55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재광 교수는 "기존 병기 시스템으로는 전신 질환으로 판단돼 수술이 아닌 치료 목적 항암 방사선 치료를 했던 환자가 새로운 병기 시스템에서는 종격동 림프절 침범 개수에 따라 수술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등 표준치료법에 있어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의 연간 1500여 건의 국내 최다 수준 폐암 수술 경험과 암 통합진료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의 최적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